남쪽 중국 바다에서 자란 해조류가 제주도 해변으로 대량 떠밀려온 탓으로 해수욕장이 폐쇄되고, 그들이 부패하는 냄새가 인근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된다. 오늘날 모자반(모재기)이라 불리는 갈조류에 속하는 해조류가 급격히 증식하여 세계 여러 곳의 바다를 뒤덮고 있다. 열대와 아열대 바다 도처에서 대량 증식한 그들은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불 때마다 해안으로 떠밀려와 아름다운 휴양지 해변을 뒤덮는다. 매트 형태의 섬을 이룬 모자반이 차지한 전체 면적이 남아메리카 대륙 넓이에 해당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모자반이 차지한 북대서양의 사르가소해
15세기에 콜럼버스를 비롯한 포르투갈의 선원들은 북대서양 한복판에서 거대한 섬을 이루고 있는 해조류의 숲을 발견했다. 그 해조류가 모자반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항해자들은 모자반의 학명 Sargassum을 따서 이 바다를 사르가소해(Sargasso Sea)라 부르게 되었다.

사르가소 바다의 서쪽에는 걸프 만류가, 남서쪽에는 안틸 해류가, 북쪽에는 북대서양 해류가, 동쪽에는 카나리 해류가, 남쪽에는 북대서양 적도 해류가 시계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이렇게 해류가 빙 둘러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직경이 3,200km나 되는 중앙부는 해류가 거의 없는 고요한 바다가 되었다. 이런 바다는 부유 생활을 하는 모자반 종류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해조류가 가득한 바다숲에는 온갖 물고기를 비롯하여 게, 새우, 거북 등의 해양동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그리고 이곳은 철새들이 쉬어 가는 장소가 되고, 많은 종류의 뱀장어들이 산란하는 지역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모자반이 숲을 이룬 해역은 ‘바다의 오아시스’라고 해도 좋은 해양동물들의 천국이 되어 왔다.
모자반이 형성한 바다의 숲
모자반은 수심이 20m 이내인 수면 층에서 주로 자란다. 세계에는 300여 종의 모자반 종류가 산다. 우리나라에는 30여 종이 알려져 있고, 일부 종류는 식용하고 있다. 한국인이 먹는 모자반 종류는 부드럽다. 그러나 열대와 아열대의 모자반은 굵고 거칠어 식용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해조류는 수중의 바위에 부착하여 생존한다. 그러나 모자반 종류는 수많은 공기주머니가 몸 전체에 물방울처럼 달려있어 수면에 부유하여 생존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자반류는 다른 어떤 해조류보다 넓은 바다를 차지하게 되었다.
모자반은 황갈색이고 모자반속으로 분류된다. 모자반이 거대한 섬을 이루어 떠도는 바다의 숲은 작은 물고기, 새우, 게와 같은 동물들의 피난처가 될 뿐만 아니라 플랑크톤과 같은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에 온갖 해양동물이 사는 좋은 환경을 형성한다.

멕시코, 혼두라스, 큐바, 자메이카, 도미니카공화국 등의 섬나라가 있는 중남미 바다를 카리브해(Caribbean Sea)라 하고, 주변의 여러 섬을 카리브 제도, 카리브 지역이라 부른다. 연중 기온이 따뜻하고 초록빛 바다로 유명한 카리브해에는 세계적 휴양지가 많은 곳이다.

허리케인이 불면 수면에 떠돌던 대량의 모자반이 해안으로 밀려와 흰색의 산호 해변과 얕은 바다를 뒤덮는다. 모래밭과 해안에 밀려온 모자반은 죽어서 부패하게 되고, 그러면 바다에 사는 다른 동물들까지 독성물질과 산소 부족으로 살기 어렵게 된다.
카리브해에 허리케인이 불면 인근 해변은 수만 수십만 톤의 모자반이 밀려와 수백 km에 이르는 아름다운 휴양지 해변을 뒤덮는다. 그들이 쌓여 있으면 곧 박테리아에 의해 부패되어 달걀이 썩는 황화수소(H2S)의 악취를 풍겨 주민들을 못 견디게 한다.
기온상승으로 더 심해진 증식 피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카리브해에는 과거보다 허리케인이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에 따라 밀려드는 모자반의 양이 감당하기 불가능하도록 증가했다. 더군다나 카리브해 일대는 2011년 이후 과거보다 모자반이 폭발적으로 더 많이 증식하는 바다가 되었다.
그 이유는 카리브 제도의 여러 도시와 농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 속에 유기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어 모자반이 더 잘 자라도록 하는 영양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도시의 오수와 농장 폐수가 흘러드는 강과 바다에서 녹조와 적조가 대량 증식하는 이유와 동일하다.
인간에 의해 배출되는 오수는 브라질의 아마존강에서도 대량 쏟아져 나온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모자반은 북대서양과 카리브해 주변에만 주로 대규모로 증식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아프리카,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해역에서도 대량 증식하여 인근 해역을 뒤덮게 되었다.
사하라사막 일대에서 광산이 대규모로 개발되자, 그곳으로부터 영양분이 가득한 먼지가 대서양 쪽으로 대량 날아가게 되었다. 이 영향으로 오늘날에는 과거에 없던 아프리카 해안에서도 모자반이 대규모로 증식하게 되었다.

모자반이 바다 환경과 생태계를 크게 위협하는 원인의 하나가 되자, 과학자와 언론은 ‘대규모 대서양 모자반 벨트’(Great Atlantic Sargassum Belt, GASB), ‘모자반 갈색 조수'(Sorgassum Brown Tides, SBT)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모자반이 섬을 이루고 있는 그 아래는 그늘이 생겨 다른 종류의 해조류가 자라지 못하게 된다.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카리브해 일대 주민들에게는 퇴적된 모자반이 그들의 경제를 위협하는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멕시코를 비롯한 일부 나라에서는 해군이 모자반을 바다 가운데에서 미리 걷어내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곳 사람들은 모자반을 가축의 사료, 농작물 비료, 건축용 벽돌 제조 원료, 의약 성분 등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모자반은 플로리다의 동쪽 바다, 멕시코만, 브라질 해안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플로리다대학의 과학자들은 전 세계의 모자반 증식 상태를 우주선에서 영상분석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0-15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모자반이 뒤덮은 면적이 남아메리카 대륙 넓이인 1,800만km2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을 2026년 1월 19일 발행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에 발표했다.
모자반이 밀려온 해안에서는 서핑, 요트와 선박 운행, 어로작업 모두가 불가능해진다. 지구의 육상에서는 철, 인, 질소 등의 미세 영양소가 가득한 먼지를 바다으로 불어 보내 해양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므로 오늘의 인류는 모자반의 대증식을 막는 대안도 분명히 강구해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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