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의 공룡관을 돌아보면 으레 이런 인식이 떠오른다. 공룡은 오래 전에 멸종한 거대한 파충류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고생물학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참새, 비둘기, 까치 같은 새들이 사실 공룡의 후손이라는 사실이다. 공룡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어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공룡의 시간
공룡은 약 2억 4,5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후기에 등장했다. 이들은 약 1억 8,000만 년 동안 지구 생태계를 지배했고, 형태와 생태적 역할도 매우 다양했다. 하지만 백악기 말, 약 6,600만 년 전, 운석 충돌로 인한 대멸종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공룡을 포함한 생물 종의 약 75%를 지구에서 사라지게 했다.
그러나 깃털을 지닌 소형 육식 공룡 중 일부는 살아남았고, 이들은 점차 조류로 진화했다. 즉, 공룡은 전부 멸종한 것이 아니라, 조류라는 형태로 지금도 지구에 존재하고 있다.
다음 표는 중생대 이후 공룡이 어떻게 분기되었는지를 요약한 것이다.
중생대 이후 공룡의 분기 요약
| 시기 | 주요 사건 | 공룡 분기 | 현재까지 이어지나? |
|---|---|---|---|
| 중생대 | 다양한 공룡 진화, 대형 종 번성 | 수각류, 용각류, 조반류 등 | O |
| 백악기 말 | 운석 충돌, 대멸종 발생 | 비조류 공룡 대부분 멸종 | X |
| 대멸종 직후 | 일부 수각류 생존 | 깃털 가진 소형 공룡 → 조류 진화 | O |
| 현재 | 다양한 조류 진화 | 참새, 펭귄, 타조 등 | O |
조류는 공룡의 후손이다
공룡은 골반의 형태에 따라 크게 용반류와 조반류로 나뉜다. 이 중 조류는 육식성 공룡 무리인 수각류에서 갈라졌다. 수각류는 두 발로 걷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지닌 육식성 공룡으로,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키랍토르가 대표적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깃털을 갖고 있었고, 골격 구조도 새와 닮아 있었다.
실제로 시조새 화석에는 공룡과 새의 특징이 모두 담겨 있다. 이빨과 긴 꼬리 같은 파충류적 요소와, 깃털과 날개 같은 조류적 요소가 함께 관찰된다. 이후 중국에서 발견된 시노사우롭테릭스 등의 화석에서는 날 수 없는 공룡에게도 깃털이 존재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다음 표는 공룡 주요 분류와 그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맨 위에 현생하는 조류(Morden birds), 그 아래에 시조새(Archaeopteryx)와 데이노니쿠스가 있다.
공룡은 용반류(龍盤類)와 공룡류(Dinosaurus)로 크게 나뉜다. 이들은 다시 엉덩이뼈의 구조에 따라 수각목(手脚目 Theropods), 용각목(龍脚目 Sauropods), 조반목(鳥盤目 Ornithischians) 3무리로 나눈다.
공룡의 주요 분류와 특징
| 분류 | 특징 | 대표적인 공룡 |
|---|---|---|
| 수각류 | 두 다리로 걷는 육식성 공룡. 깃털 보유, 조류로 진화 | 티라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 오비랍토르 |
| 용각류 | 네 발로 걷는 대형 초식 공룡. 긴 목과 꼬리 | 브라키오사우루스, 아파토사우루스 |
| 조반류 | 초식 공룡으로 다양한 체형. 네 발 걷는 종류 많음 | 트리케라톱스, 스테고사우루스, 이구아노돈 |
※ 조류는 ‘조반류’(鳥盤目)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용반류의 수각류에서 진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새는 파충류일까, 아닐까
과거에는 조류와 파충류를 완전히 다른 생물군으로 보았다. 조류는 온혈, 깃털, 비행 능력을 지닌 동물로, 파충류는 냉혈, 비늘, 네 발 보행이라는 특징으로 정의됐다. 그러나 진화 계통학에서는 이런 외형적 특징보다 공통 조상을 얼마나 공유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조류는 수각류 공룡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계통적으로는 파충류의 일종이다. 박쥐가 날개를 가졌지만 여전히 포유류인 것처럼, 새도 진화한 공룡이자 파충류 계열에 속한다.


다음 표는 전통적인 파충류와 조류의 주요 특징을 비교한 것이다.
공룡과 조류의 주요 생물학적 특징 비교
| 구분 | 전통적 파충류 (비조류 공룡 포함) | 조류 (현생 조류 포함) |
|---|---|---|
| 체온 조절 | 변온 (냉혈) | 항온 (온혈) |
| 외피 구조 | 비늘 | 깃털 |
| 이동 방식 | 이족 또는 사족 보행 | 대부분 이족, 비행 가능 |
| 골격 특징 | 길고 무거운 꼬리, 척추 돌출 뚜렷 | 미단골 구조 (꼬리 짧고 융합됨) |
| 조상 분류 | 파충류 계열 (수각류 포함) | 수각류 공룡에서 진화 |
공룡과 닮았지만 공룡이 아닌 동물들
공룡이 번성하던 시기, 함께 살았던 생물 중에는 겉모습은 유사하지만 공룡에 속하지 않는 동물들도 있었다. 익룡은 하늘을 날았고, 플레시오사우루스나 모사사우루스 같은 수장룡은 바다에 살았다. 이들은 파충류이긴 하지만, 공룡 계통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다음은 공룡과 비슷한 고대 생물군들의 분류를 정리한 표다.
공룡과 함께 살았던 고대 생물 분류
| 생물군 | 공룡인가? | 주요 특징 | 예시 |
|---|---|---|---|
| 익룡 | 아니오 | 비행 가능, 날개막 구조 | 프테라노돈 등 |
| 수장룡 | 아니오 | 바다 서식, 긴 목과 지느러미 | 플레시오사우루스 |
| 해양 파충류 | 아니오 | 물고기 형태, 바다 포식자 | 모사사우루스 |
| 악어류 | 아니오 | 고대 공룡과 유사한 외형, 파충류 유지 | 오늘날의 악어, 가비알 |
| 조류 | 예 | 깃털, 날개, 온혈성 | 모든 현대 조류 |




북극 가까운 초원에 살았던 하드로사우루스(일명 오리주둥이공룡)는 조반류에 속한다. 사족보행하는 하드로사우루스는 엉덩이가 높이 들려 있어, 풀을 많이 먹더라도 배설을 쉽게 할 수 있었다. 새의 체형도 배설을 간단히 하도록 진화해 있다.
진화는 계속된다
공룡은 단절된 존재가 아니다.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오르는 순간, 그것은 단지 한 마리 새가 아니라 수억 년 전부터 이어진 생명의 흔적이 하늘로 퍼져나가는 순간이다.
공룡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날개를 달고, 깃털을 입고, 새로운 이름을 얻었을 뿐이다. 조류는 단지 새가 아니라, 살아남은 공룡이다. 우리가 지금도 공룡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자연과 생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더 깊고 입체적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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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YS과학] 조류는 살아남은 공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