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은 더 이상 고요하지 않다. 인공위성, 폐기된 로켓, 그리고 부서진 파편까지 — 지구를 둘러싼 궤도는 이미 혼잡한 ‘우주의 쓰레기장’이 되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파편들은 평균 초속 8km, 어떤 것은 15km로 질주한다. 이는 총알보다 열 배 빠른 속도다. 과학자들은 이런 속도로 주먹만 한 파편이 충돌하면, 볼링공이 시속 480km로 날아와 부딪히는 것과 같은 위력을 낸다고 말한다.
궤도를 가득 메운 잔해들
유럽우주국(ESA)은 지름 10cm 이상인 약 3만6천 개의 파편을 레이더로 추적 중이다.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1957년 이후 인류는 1만2천 개 이상의 우주선을 쏘아 올렸고, 2020년 한 해에만 1,200개가 발사됐다. 현재 궤도를 도는 위성은 7,600여 개에 이르며, 이 중 약 4,800개만이 실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국방성도 2만5천 개 이상의 대형 파편을 추적하며, 충돌 확률이 1만 분의 1만 되어도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궤도를 조정한다.


이 대부분은 지상 1,000km 이하의 저궤도(LEO)를 돈다. ISS 또한 이 영역을 운행하며, 부서진 로켓 동체나 위성 덮개, 폭발 잔해 등이 그 주위를 돌고 있다. 허블우주망원경은 30년 넘게 임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비 때마다 태양전지판에는 수백 개의 미세한 구멍이 발견된다. 관측조차 어려운 미세 파편이 부딪힌 흔적이다.
소형 위성의 시대, 가속되는 쓰레기 위기
최근 우주 산업은 ‘초소형 위성 시대’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는 지구 전역에 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해 수천 개의 위성을 발사했다. 영국의 원웹(OneWeb)도 30만 개에 달하는 위성을 계획하고 있다. 위성 간 거리가 1km에 불과한 촘촘한 궤도망이 형성되면, 단 한 번의 충돌이 연쇄 파편을 만들어내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파편이 늘어날수록 지상 관측도 어려워진다. 레이더와 망원경의 시야는 빛을 반사하는 수많은 잔해에 가려지고, 우주 망원경은 불필요한 반사광에 노출된다. 작은 위성 하나의 충돌로도 통신, 항법, 기상, 국방 체계가 동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청소 위성과 ‘우주의 묘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은 ‘우주 청소’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일본의 애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자석으로 파편을 붙잡아 대기권으로 유도하는 위성을 발사해 실험 중이다. 미국의 모티브 스페이스 시스템스(Motive Space Systems)는 로봇 팔로 쓰레기를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저궤도보다 훨씬 높은 정지궤도(약 36,000km)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곳의 잔해는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무덤궤도(graveyard orbit)’를 제안했다. 정지궤도보다 약 3,000km 위에 위치한 이 궤도는 더 이상 쓰지 않는 위성이나 파편을 옮겨 충돌 위험을 피하게 하는 ‘우주의 묘지’다.
2022년 미국의 에소어낼리틱 솔루션(Esoanalytic Solution)은 중국의 한 위성이 다른 위성을 무덤궤도로 이동시키는 장면을 포착했다. ‘우주 쓰레기 이송’이 실제로 실행된 첫 사례 중 하나였다.

미래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현재 연구자들은 청소 위성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향후 발사되는 모든 위성에 ‘자력 도킹 장치’를 부착해 서로 결합되도록 한 뒤, 전용 청소 위성이 한꺼번에 수거하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 25년 이내에 스스로 파괴되거나 자연 감속으로 대기권에 진입해 사라지는 ‘제로-데브리(zero-debris) 위성’을 설계하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미시간대 천문학자 팻 세이츠(Pat Seitzer)는 “지금의 속도로 위성이 증가한다면, 우주 쓰레기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주 환경이 오염되면, 인류의 탐사 능력은 물론 과학적 관측의 기반도 흔들리게 된다.
지구 궤도는 더 이상 무한한 공간이 아니다. 이제 인류는 하늘마저 ‘보존해야 할 환경’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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