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우주 잔해물이 어느 지역으로 낙하할 것이라는 뉴스는 이제 낯설지 않다. 1957년 인류가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한 이후, 지구 궤도에는 수많은 인공 구조물이 남게 되었다. 이 가운데 고장 나거나 임무를 마친 위성, 로켓 추진체, 충돌 파편 등이 바로 우주 쓰레기(space debris) 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지름 1cm 이상인 잔해는 약 100만 개, 1mm 이상은 1억 개가 넘는다. 이들은 초속 7~8km로 지구를 돌며, 서로 충돌하거나 운용 중인 위성과 부딪혀 새로운 파편을 만든다. 이런 연쇄 충돌 현상은 ‘케슬러 효과(Kessler Syndrome)’로 알려져 있다. 충돌이 충돌을 낳으며, 장기적으로는 저지구궤도(LEO) 자체의 활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궤도 위의 잔해들: 실패한 탐사선에서 미사일 요격까지
1972년 3월, 구소련은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 를 발사했다. 그러나 기기 결함으로 인해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네 조각으로 분리되었고, 그중 한 조각(직경 약 1m, 무게 485kg)은 53년 동안 지구를 공전하다 2025년 5월 10일 칠레 남단 해역으로 떨어졌다. 이 사례는 인류가 만든 우주 잔해가 수십 년 동안 궤도에 머물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07년에는 중국이 수명이 끝난 기상위성 펑윈-1C(Fengyun-1C) 를 미사일로 요격하면서 약 3,500개의 파편을 발생시켰다. 이는 인류가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만들어낸 가장 많은 우주 쓰레기다. 2009년에는 고도 800km 상공에서 러시아의 코스모스 2251 위성과 미국의 이리듐 33 위성이 충돌해 수천 개의 조각이 새로 생겼다. 이런 고도에서는 대기 저항이 거의 없어, 잔해가 수십 년 이상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의 잔해는 시간이 지나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소멸한다. 그러나 크기가 큰 물체는 완전히 타지 않아 일부가 지상에 도달한다. 고궤도에 위치한 위성이나 로켓 파편은 자연 감쇠가 거의 없어 수백 년 동안 남을 수 있다. 현재 미국 우주사령부는 약 3만 개의 궤도 잔해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그보다 작은 파편은 감시조차 어렵다.
국제우주정거장을 스친 위기
2021년 11월 15일, 국제우주정거장(ISS) 은 실제 충돌 위험에 직면했다. 당시 ISS에는 7명의 우주비행사가 탑승 중이었고, 대형 파편 하나가 궤도 교차 지점에 접근하면서 대피 절차가 발동됐다. 승무원들은 정거장에 비치된 귀환용 캡슐로 피신했고, 이후 파편은 근소한 차이로 충돌을 피했다.
조사 결과, 그 잔해는 1980년대에 고장 난 러시아 위성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된 미사일이 만든 조각이었다. 이 요격으로 생긴 1,500개 이상의 큰 파편과 수십만 개의 미세 잔해가 궤도에 남았으며, ISS는 93분마다 그 구역을 통과해야 했다. NASA는 이후 궤도를 조정하고, 일부 실험을 중단했다. 같은 시기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宫) 역시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발사 궤도를 수정했다.

이 사건은 우주 쓰레기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가 간 안전 리스크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공위성, 군사 자산, 통신 장비가 밀집된 궤도 공간에서의 충돌은 단순한 손실을 넘어 국제적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결책은 있는가
ESA, NASA, JAXA 등 주요 기관들은 우주 잔해 제거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스위스의 ClearSpace-1 프로젝트는 로봇 팔로 폐기 위성을 붙잡아 대기권으로 떨어뜨리는 기술을 개발 중이며, 일본의 ELSA-d 와 Astroscale 은 자석 결합식 회수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레이저 추적 기반 감속 기술도 연구 중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실제 상업 궤도에 적용하기에는 비용과 법적 문제 모두 크다.
각국은 새 위성 발사 시 ‘임무 종료 후 25년 내 궤도 이탈’을 의무화하고, 추진제 잔량을 이용한 자기 감쇠장치(passive deorbit device)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남아 있는 수십만 개의 파편을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관리되지 않는 궤도, 지속 가능한 우주로의 시험대
우주 쓰레기는 인류의 기술 발전이 남긴 부산물이다. 지구 궤도는 더 이상 무한한 공간이 아니며, 새로운 발사체 하나가 추가될 때마다 충돌 확률은 높아진다. 지금의 속도로 잔해가 증가한다면, 향후 수십 년 내 인공위성 운용이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는 특정 국가의 책임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각국이 발사 책임을 공유하고, 궤도 관리와 제거 기술에 대한 국제 협력 체계를 갖추지 않는다면, 인류는 스스로 만든 파편 때문에 다시 우주 접근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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