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과학] 얼음 표면이 미끄러운 물리적 이유 드디어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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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눈이 내리고 도로가 얼면 곳곳에서 사람들이 미끄러져 부상을 당하고 차들이 연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스케이트는 왜 빙판 위를 잘 미끄러질까? 얼음 표면이 미끄러운 이유에 대한 물리적 설명은 거의 2세기 동안 잘못 이해되어 왔다. 독일 자르란트대학의 물리학자 뮈저(Martin Muser) 박사팀이 최근 발표한 새로운 이론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의 물리화학자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1850년대에 흥미로운 실험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는 2개의 얼음 조각을 서로 포개 놓고, 잠시 후 두 얼음이 서로 얼어붙은 것을 보여주면서 이런 설명을 했다. “포개둔 두 개의 얼음 조각이 얼어붙는 이유는 얼음 표면에 매우 얇은 수막이 덮고 있으며, 얼음을 붙여두면 수막 사이가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추운 날 얼음을 손으로 집을 때 얼음이 손에 붙어버리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러나 패러데이는 얼음 표면에 왜 수막이 생기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몇 년 뒤, 톰슨(James Thomson)이라는 과학자가 이런 주장을 했다. “압력은 열처럼 얼음을 녹일 수 있다. 스케이트 날이 빙판을 누르거나 장화로 밟고 있으면 그 무게 때문에 얼음의 표면이 조금 녹아 윤활유처럼 미끄럽게 된다. 이때 생기는 수막의 두께는 양귀비 씨 정도이다.”

이 시기로부터 거의 100년이 지난 1939년에 두 물리화학자가 새로운 이론을 내놓았다. “열과 압력은 얼음 표면을 녹여 수막을 형성할 수 있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과 마찰하면 열이 발생하고, 그 열이 얼음 표면을 녹이므로 그 위를 미끄러져 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마찰열 설은 인정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얼음 위에 마찰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도 미끄러운 상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새로운 이론

독일 자르란트대학의 물리학자 뮈저 박사팀은 얼음판이 미끄러운 이유를 새로 설명한 논문을 2025년 8월 7일 발간된 <Physical Review>에 발표했다. 뮈저 박사의 새 이론이 나온 이후 수 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발견을 반박하는 과학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사실을 밝혀낸 뮈저 박사팀은 얼음 표면에 왜 수막이 형성되고, 그 수막이 왜 윤활작용을 하게 되는지 알기 위해 얼음의 분자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사했다.

그의 설명을 조금 이해해보자. 얼음은 물의 분자가 매우 정교하게 결정을 이룬 상태이다. 얼음 결정을 형성하는 $H_2O$는 $H-O-H$ 상태이고, 두 $H$는 마치 자석의 NS처럼 쌍극자(dipoles)가 되어 서로 반발하는 상태에 있다. 장화(타이어)로 빙판을 밟으면 장화 밑바닥과 수소 분자의 쌍극자가 서로 끌어당긴다. 이런 상태에서 장화 밑바닥이 미끄러지면, 수소 쌍극자도 함께 이동하게 되고, 이때 얼음이 물 분자로 된다. 이를 프러스트레이션(frustration)이라 한다.

프러스트레이션이 일어난 분자는 이미 얼음 결정이 아니고, 얼음 표면에 형성된 얇은 수막이다. 이런 프러스트레이션은 열(heat)과 관계 없이 일어난다. 프러스트레이션 현상은 광학적으로 관찰이 불가능하다.

얼음이 미끄럽지 않다면?

그동안 우리는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를 압력에 의해 발생하는 열에 의해 얼음 표면이 녹아 미끄럽게 된 것이라고 알고 지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이해를 해야 하게 되었다.

얼음의 온도가 매우 낮으면 덜 미끄러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실험에 의하면 절대온도에 가까운 –263℃에서도 같은 프러스트레이션이 일어나 마찬가지로 미끄러웠다.

뮈저 박사팀은 이런 설명도 한다. “프러스트레이션은 규소와 다이아몬드 표면에서도 일어나므로, 다이아몬드 판 위에서도 스케이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뮈저 박사에게 “그러면 빙판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뮈저 박사는 “신발 바닥을 미끄럼 방지 끈으로 감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빙판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하는 것은 유감이지만, 얼음 표면이 미끄럽지 않다면 스키,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같은 동계 스포츠가 발전하지 못할 것이고, 산타크로스는 썰매를 타고 오지 아니할 것이다. 물이 얼면 가벼워지는 등 얼음이 가진 여러 가지 자연의 성질을 생각해보면 부상당하는 유감보다 오히려 큰 고마움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참고 문헌

Journal: A. Atila, S.V. Sukhomlinov and M.H. Müser. Cold self-lubrication of sliding ice. Physical Review Letters. Vol. 135, August 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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