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와 태즈메이니아섬, 그리고 인근 뉴기니섬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포유류 무리가 산다. 바로 ‘단공류’다. 현존하는 단공류는 오리너구리 1종과 바늘두더지 4종, 도합 5종에 불과하다. 이들은 포유류이면서도 파충류와 조류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어, 대부분의 포유류와 달리 새나 거북처럼 알을 낳는다. 암컷은 부화한 새끼를 젖으로 기르지만 젖꼭지가 없고, 피부의 구멍을 통해 젖을 분비하는 독특한 방식을 쓴다.
대륙과 오랫동안 격리된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다른 지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동물들이 진화했다. 캥거루가 그러하고, 단공류 역시 그 대표적 예다. 유럽 과학계가 단공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799년으로, 외형과 생리에서 ‘하등’한 면모가 관찰되었지만, 털로 덮인 피부와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는 능력, 젖으로 새끼를 기르는 점 등은 분명 포유류의 특징이었다.
일반적인 포유류는 배설과 생식 기능을 담당하는 통로가 각각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단공류는 ‘배설강(cloaca)’이라는 하나의 관을 통해 소변, 대변, 생식 기능이 모두 이뤄진다. ‘단공류(單孔類)’라는 이름은 바로 이 단일 통로 구조에서 유래했다.

단공류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알을 낳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물고기의 일부 종과 기아나돌고래를 제외하면 포유류 중 거의 유일하게 먹이의 근육과 신경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생물전기를 읽어낸다.
시야가 가려진 흙탕물 속이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 능력 덕분에 먹이를 정확히 찾아낸다. 물에서 사냥할 때는 눈, 귀, 코를 모두 닫고, 주둥이 아래 피부에 있는 전기 감지 기관으로 먹이의 위치를 파악한다. 오리너구리의 수컷은 평균 길이 약 50cm, 무게 1,700g 정도이며, 암컷은 길이 43cm, 무게 900g 내외다.


가시 갑옷의 사냥꾼, 바늘두더지
바늘두더지(echidna)는 거친 털과 단단한 가시로 온몸을 둘러싸고 있어 ‘바늘개미핧기(spiny anteater)’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겉모습은 고슴도치를 연상시키지만, 유전적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다. 짧고 튼튼한 다리와 강력한 발톱을 지닌 이들은 두더지처럼 땅을 파서 지렁이나 개미 같은 곤충을 사냥한다. 한 마리가 1년 동안 먹이를 찾으며 파헤치는 흙의 양은 무려 7톤에 달한다.
바늘두더지의 평균 체온은 약 33℃, 오리너구리는 약 32℃로, 대부분의 포유류보다 낮다. 더운 날에는 굴속으로 숨어들거나 여름잠에 들어 체온을 조절한다. 바늘두더지는 주로 육지에서 활동하지만 수영 실력도 뛰어나며, 이는 오리너구리와 같은 조상에서 진화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오리너구리는 부드러운 털 때문에 한때 남획의 대상이 되었으나, 1912년 이후 보호종으로 지정됐다. 2020년에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한 단계 높은 멸종위기종으로 분류했다. 만약 이들이 사라진다면, 그들의 전기 감지 능력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더 이상 탐구할 기회는 영영 잃게 될지도 모른다.



고립이 빚어낸 다양성의 가치
단공류는 오스트레일리아라는 고립된 대륙이 수천만 년 동안 길러온 진화의 결정체다. 전기 감지 능력, 알을 낳으면서 젖으로 새끼를 기르는 특이한 생리, 가시로 무장한 방어 구조 등은 단순한 호기심거리가 아니라 생물다양성이 지닌 창조성과 적응력을 증명하는 사례다.
기후 변화와 서식지 파괴가 가속화되면, 우리는 단공류라는 한 종을 잃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속에 깃든 진화의 기록과 과학적 잠재력, 그리고 고유 생태계가 지닌 독창성까지 함께 잃게 된다. 단공류 보전은 곧 미래 과학의 씨앗과 지구 생태계의 창의성을 지켜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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