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과학] 심해 동물은 왜 괴물처럼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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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빛이 전혀 없고 수압이 수백 기압에 이르는 심해에 사는 물고기와 각종 동물의 모습을 보면, 마치 먼 별나라에서 온 괴생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어 단어 그로테스크(grotesque)의 뜻을 살펴보면 ‘기괴한’, ‘흉측한’, ‘우스꽝스러운’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핼러윈 축제에서 쓰는 가면들 역시 대부분 그로테스크한 인상을 준다.

수천 미터 아래의 심해는 어느 한순간도 빛이 없는 영구적인 어둠의 세계다. 심해 바닥으로 내려갈수록 수압은 극단적으로 높아져, 모든 것이 짓눌리고 찌그러질 수밖에 없다. 낮은 수온과 거의 없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생명이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처럼 느껴진다.

심해에 사는 거대한 오징어류는 유난히 큰 눈을 가지고 있다. 이 눈 덕분에 극히 희미하게 빛나는 수중 발광생명체를 감지해 먹이를 포식할 수 있다. 암흑 세계에 사는 심해 동물에게는 색소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짝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한 색을 드러낼 필요도, 아름다운 색을 가질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심해 생물은 투명하거나 흐릿한 몸으로 진화했다.

빛의 세계에 사는 인간의 눈으로 볼 때 심해 생물은 음산하고 소름 돋을 만큼 흉하게 보인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런 모습은 우연이 아니다. 심해는 먹이가 극도로 부족한 환경이기 때문에, 이들은 암흑 속에서 먹이를 효율적으로 찾고 사냥할 수 있도록 특이한 체형과 기능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이다.

아귀(anglerfish)라 불리는 어류는 100-200m되는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부터 6,000m 깊이까지 전 세계 바다에 사는 유명한 어류이다. 입이 몸집보다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 돋아있는 아귀는 인상이 매우 험상궂다. 사진의 험프백아귀는 먹이를 포식하는 방법을 교묘하게 발달시켰다. 그들의 피부는 점액질로 덮여 있으며, 점액은 수압을 잘 견디도록 한다.

이들은 등지느러미 일부를 낚싯대처럼 길게 뻗어(illicium이라 부름) 머리 앞쪽으로 내밀고, 그 끝에 에스카(esca)라 불리는 작은 덩어리 조직을 달고 있다. 이 에스카 속에는 발광박테리아가 공생한다. 그러므로 어두운 수중에서 다른 동물이 에스카의 불빛을 보고 먹이라고 오인하여 다가오면 커다란 입으로 삼켜버린다. 아귀는 길이가 2cm 되는 종류에서부터 최대 2m에 이르는 큰 종류까지 다양하다.

자이간텍티스(gigantactis)라 불리는 대형 아귀 종류는 일리시움의 길이가 4.9m나 되었다.

부채지느러미아귀(fanfin anglerfish)

펠리컨장어(pelican eel)는 입이 펠리컨 새의 주둥이를 닮았다. 입이 몸보다 더 큰 이들은 수심 500-3,000m에서 발견된다. 이들의 자세한 구조는 알기가 어렵다. 채집하여 수면으로 올리면 몸이 부서져 버리기 때문이다.

심해의 환경과 심해어의 특징

심해는 언제나 영양이 부족한 환경이다. 이 때문에 심해어들은 에너지 대사를 매우 느리게 유지하고, 사냥에 큰 에너지를 쓰지 않으며, 헤엄치는 속도도 빠르지 않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아한 외형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어떻게 하면 먹이를 효율적으로 사냥할 수 있는가다. 그 결과, 심해어들은 인간의 눈에는 외계 생명체처럼 보일 만큼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많은 심해어는 몸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생물발광’이라 불리는 이 빛은 먹이를 유인하거나 짝을 찾기 위해 서로를 알아보는 신호로 활용된다. 다만 이 빛은 천적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매우 희미하게 조절돼 있다.

랜턴피시(lantern fish)는 심해에 가장 많이 사는 어류이다. 이들이 랜턴(전등)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아래 그림처럼 피부에 다수의 발광기(photophore)가 산재하여 빛이 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낮에는 300-1,500m 심해로 내려가 지내다가 밤이 되면 플랑크톤을 찾아 10-100m 수심까지 올라온다.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랜턴피시를 잡는 전문 어장도 있다.

발광기에서는 발광박테리아를 공생시키거나, 세포에서 화학작용으로 빛을 낸다. 랜턴피시는 마치 개똥벌레가 빛을 내듯이 발광기에서 루시페린이라는 효소를 분비하여 빛을 낸다.

생물발광은 어둠의 세상에서 귀한 짝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그들에게 발광하는 방법이 없다면 결혼 대상을 발견하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어떤 심해어는 사냥을 하지 않고 바닥에 가라앉은 침전물 속에서 먹이를 걸러먹는다. 그들의 몸에서는 물질대사도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이처럼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은 부득히 그로데스크한 형태를 가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몸길이 30cm 정도까지 자라는 바이퍼피시(viperfish 독사고기)는 빛이 거의 없는 수심 200m 근처에 사는 심해 어류에 속한다. 이들의 길다란 몸 측면에는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점이 2줄로 나열해 있다.

슬로안바이퍼피시(Sloane’s viperfish)는 지중해와 인도양 해역에 사는 심해어이다.

슬로안바이퍼피시를 정면에서 보면 그들의 커다란 이빨 때문에 소름이 돋도록 험상궂게 보인다.

뜨거운 물과 가스가 솟아나오는 온천처럼 심해저에도 수백℃의 물과 황 가스(SO2)가 나오는 열수공(hydrothermal vent)이 도처에 있다. 이런 열수공 근처에는 대관벌레(giant tubeworm, Riftia pachyptila)라는 환형동물이 살고 있다. 이 대관벌레는 학명을 따라 ‘리프티아’라 부르기도 한다. 직경 4cm, 최대 길이가 4m 정도까지 자라는 이들은 황박테리아가 만드는 에너지를 이용하며 공생한다.

마귀상어는(goblin shark)는 참으로 이상하게 생긴 어류이다.

흡혈오징어(vampire squid)라 불리는 길이가 30cm 정도되는 이 심해 오징어류는 검은 먹물을 분사하면서 제트 추진을 한다. 그들의 체색은 경우에 따라 붉으레해진다.

배럴아이피시(barreleye fish)라 불리는 눈이 튀어나온 이 심해어는 400-1,500m 수심에 살며, 양쪽 눈이 머리 위쪽을 바라본다.

진화의 결과

어떤 생명체의 모습이 우아하다, 아름답다, 색깔이 멋지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미감에 따른 판단일 뿐이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환경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자 하나의 해결책이다.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날에도 우리는 심해를 거의 알지 못한다. 심해 생명체를 이해하는 일은 지구를 넘어, 우주에 존재할지 모르는 외계 생명체를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심해 생물의 모습이 왜 그토록 그로테스크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그러나 그 비밀을 밝혀낸다면, 심해 생물을 닮은 잠수정이나 로봇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고, 생물발광에 관한 생화학적 지식 역시 한층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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