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과학] 식물에게도 비타민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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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비타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미량 영양소지만, 우리 몸은 이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의 식사로 비타민을 얻어야 한다. 반면 식물은 다르다. 스스로 다양한 비타민을 합성하며, 이들 역시 생장과 생명 유지에 비타민을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보자. 인간에게 비타민 A는 시각 기능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하다. 식물은 눈이 없지만, 대신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티노이드(carotinoids)를 만들어 중요한 생리적 역할을 수행한다. 당근, 오렌지, 옥수수 등이 황색이나 주황색으로 빛나는 이유가 바로 이 색소 덕분이다.

카로티노이드는 광합성 과정에서 빛을 효율적으로 흡수하도록 돕고, 식물의 생장과 물질대사, 생식기관의 기능을 지원한다. 동시에 열매나 꽃의 색을 선명하게 만들어 자연 속에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더한다. 인체는 이러한 카로티노이드로부터 비타민 A를 합성하기 때문에, 카로티노이드는 흔히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이라 불린다.

또한 카로티노이드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다. 식물 내부에서 원자 상태의 산소(O)나 오존(O₃)과 같은 활성산소가 생기면 세포 성분을 손상시켜 생리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때 카로티노이드는 활성산소를 안정된 산소(O₂)로 전환시켜 세포를 보호한다. 즉, 식물에게 카로티노이드는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는 방패이기도 하다.

비타민 B군은 식물 세포 내 에너지 생성, 단백질과 핵산의 합성에서 조효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비타민 C도 항산화 작용을 한다. 광합성 과정이나 외부의 환경 스트레스, 즉 과도한 빛이나 혹한, 고온, 건조, 병충해 등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활성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 햇빛은 어떻게 비타민 D를 만들어내는가

햇빛은 단순한 빛이 아니라, 인체 내부에서 비타민 D 합성을 유도하는 생화학적 신호다. 피부에는 7-dehydrocholesterol이라는 지질 화합물이 존재한다. 여기에 자외선 B(UVB, 파장 290~320nm)의 에너지가 닿으면 분자 구조가 변하면서 ‘비타민 D3(콜레칼시페롤)’이라는 전구체가 만들어진다. 이후 이 물질은 혈류를 따라 간으로 이동해 25-하이드록시비타민 D로 전환되고, 다시 신장을 거치며 활성형 비타민 D(칼시트리올)가 된다. 바로 이 활성형 형태가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돕고, 뼈 건강과 면역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비타민 D는 본질적으로 ‘햇빛 호르몬’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존재다. 인체가 직접 합성할 수 있지만, 그 출발점은 햇빛이다. 자외선 노출이 부족하면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그 결과 뼈가 약해지거나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D 결핍은 단순한 골다공증 위험을 넘어, 대사증후군·우울증·자가면역 질환과도 관련이 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0% 이상이 비타민 D 부족 상태라고 추정한다.

햇빛의 자외선은 피부 속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7-dehydrocholesterol)을 비타민 D3로 바꾸는 신호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타민 D3는 간에서 25(OH)D로, 신장에서 1,25(OH)₂D(활성형 비타민 D)로 전환되어 칼슘 흡수와 뼈 형성에 관여한다.
[자료=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

그렇다면 얼마만큼 햇빛을 쬐어야 충분할까? 학자마다 제안하는 수치는 다르지만, 대체로 노출 부위가 넓을수록 짧은 시간에 충분한 양을 합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도 지역에서는 한낮에 팔과 다리를 노출한 상태로 3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중위도 지역에서는 5%만 노출된 조건에서 약 25분이 필요하다. 고위도나 겨울철에는 자외선 강도가 약하기 때문에 더 긴 노출이 요구된다. 또한 피부색이 어두운 사람은 멜라닌이 자외선을 흡수해 합성을 방해하므로, 밝은 피부보다 두세 배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햇빛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사람은 식단으로 보완해야 한다. 지방이 많은 생선(연어, 청어, 고등어 등), 동물의 간, 계란 노른자, 치즈, 버섯에는 비타민 D 또는 그 전구물질이 풍부하다. 특히 햇빛을 받은 버섯은 그 함량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비타민 D가 풍부한 식품들.

🌱🌞 식물도 자외선을 받으면 비타민 D를 더 만들까

인간처럼 식물도 자외선을 받으면 비타민 D를 합성할까? 이 흥미로운 질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단서는 있다. 버섯에 자외선을 조사했을 때 비타민 D 함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보고가 그중 하나다. 버섯에 풍부한 ‘에르고스테롤(ergosterol)’이라는 지방성 화합물이 자외선을 흡수하면 화학 구조가 변해 ‘비타민 D2(에르고칼시페롤)’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식물에서도 유사하게 일어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연구자들은 식물의 세포막이나 잎에도 스테롤 구조를 가진 화합물이 존재해, 자외선 노출 시 비타민 D 전구체로 변환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아직 그 경로가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버섯류가 비타민 D2를 광화학적으로 합성한다는 사실뿐이다.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체내에서 비타민 D 합성이 시작된다. 그러나 실내 생활이 많거나 자외선을 피하는 생활습관은 이 과정을 크게 줄인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공 자외선 태닝을 이용하지만, 과도한 노출은 피부 손상과 노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응용해 최근에는 인공 자외선을 쬐어 비타민 D 함량을 높인 버섯이 기능성 식품으로 생산되고 있다. 햇빛에 의해 강화된 버섯은 동물성 식품을 피하는 사람들에게 비타민 D의 유용한 공급원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는 하루 종일 실내에서 생활하거나 자외선을 차단한 환경에서 지내는 사람이 많다. 그럼에도 대부분 비타민 D 결핍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식품과 보충제를 통해 필요한 양을 충분히 보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비타민 D는 햇빛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현대인의 건강은 태양보다 꾸준한 섭취와 관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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