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간매질은 수소·헬륨·먼지로 구성된 우주 물질
- 별 형성, 에너지 전달, 관측 왜곡의 핵심 요소
- NASA, 위성으로 성분·분포 정밀 추적 중
우주는 완전한 진공이 아니다. 별과 별 사이에는 기체, 이온화된 입자, 에너지 방사선이 존재하며, 이를 ‘성간매질(interstellar medium, ISM)’이라 부른다. 이 개념은 더 이상 가설이 아니며, 현대 천문학에서는 실질적이고 물리적인 구성 요소로 간주된다.
성간매질의 존재는 20세기 초 분광 관측을 통해 확인됐다. 주된 성분은 수소와 헬륨으로 전체의 약 98%를 차지하며, 나머지 2%는 성간먼지로 구성된다. 이 먼지는 탄소, 산소, 질소, 규소, 금속류, 얼음 입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별 내부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며, 초신성 폭발 등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방출된 물질이다. 따라서 성간매질은 과거 별의 잔재이자, 다음 세대 별 형성의 재료가 된다.

희박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
성간매질은 극도로 희박하다. 지구 대기 중 동일 부피에는 약 10²³개의 분자가 존재하지만, 성간 공간에는 수천 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희박한 밀도라도 은하 전체에 걸쳐 축적되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 된다. 우리은하 기준으로, 성간매질은 전체 별 질량의 약 10~1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성간매질은 단순한 물질 집합체가 아니다. 별의 핵융합, 초신성 폭발, 태양풍, 그리고 초기 우주의 빅뱅 등에서 생성된 고에너지 방사선과 입자도 포함된다. 이 물리적 에너지는 은하 내에서 확산되며, 새로운 별 형성, 가스 구름의 압축, 자기장 형성 등에 관여한다. 다시 말해, 성간매질은 우주 구조의 정적 배경이 아니라 동적인 작용 요소다.
관측 측면에서도 중요한 변수다. 성간먼지는 별빛을 산란시키거나 흡수해 왜곡을 일으킨다. 특히 파장이 짧은 청색광이 더 많이 산란되기 때문에, 멀리 있는 별일수록 실제보다 붉게 보이는 적색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오차를 고려하지 않으면 별의 거리, 온도, 밝기 추정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모든 정밀 관측에는 성간매질을 고려한 보정이 필수다.
방해가 아닌 단서, 관측 왜곡에서 정보를 추출하다
성간매질은 관측을 방해하는 요소지만, 동시에 분석의 핵심 단서이기도 하다. 천문학자들은 성간먼지로 인한 광학 왜곡, 파장 변화, 전파 감쇠 등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성간매질의 성분, 밀도, 분포를 역산한다. 관측 신호의 왜곡이 곧 성간 환경의 물리적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미국 NASA는 2003년부터 CHIPS(Cosmic Hot Interstellar Plasma Spectrometer) 위성을 활용해 지구 인근 성간매질을 관측해왔다. 이 탐사선은 자외선 영역에서 방출되는 고온 플라즈마의 선스펙트럼을 분석해, 초신성 잔해, 태양활동에 의한 충격파, 국지적 플라즈마 밀도 분포 등을 연구한다. 이는 우주선 환경 예측, 통신 장애 분석, 우주비행 안정성 확보 등 실제 응용에도 활용되고 있다.
결국 성간매질은 우주의 빈 틈을 메우는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가 어떻게 흘러가고, 별이 어떻게 탄생하며, 관측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오늘날의 천문학은 성간매질을 통해 우주를 단순한 ‘공간’이 아닌, 역동적인 ‘구성체’로 바라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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