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바다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없이 작은 입자들이 부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일부는 미세 플라스틱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지구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존재, 플랑크톤이다. 플랑크톤은 스스로 힘차게 헤엄칠 수 없어 물결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떠다니는 미세한 생물 군집을 가리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박테리아·조류·원생생물에서부터 작은 갑각류, 어린 물고기, 심지어 해파리류까지 포함한다. 그들은 바다뿐 아니라 강과 호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하구, 때로는 공기 중에도 존재하며, 전 지구적으로 먹이사슬의 출발점이자 탄소와 산소 순환의 기반이 된다.
만약 이 미세한 생명들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장 먼저 바다에서 광합성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없어지고, 이를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무너진다. 이어서 조개, 산호, 물고기, 고래 같은 다양한 해양 생물들이 연쇄적으로 생존 기반을 잃는다. 바다는 텅 비게 되고, 먹이사슬은 순식간에 끊어진다.
결국 그 여파는 육지로까지 번져, 인간을 포함한 지상의 동물들 역시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플랑크톤은 사실상 지구 생태계 전체를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기둥인 셈이다.


플랑크톤의 다양한 얼굴
플랑크톤은 단일한 종이 아니라 크기, 기능, 서식 환경, 그리고 생애 단계에 따라 매우 다양한 집단을 이룬다. 크기로 보면, 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세균·시아노박테리아·규조류·편모충류·방산충·유공충·요각류 같은 미세 플랑크톤에서부터, 눈에 보이는 해파리·빗해파리 같은 대형 플랑크톤까지 포함된다.
생애 주기상으로는 물고기, 게, 조개, 해파리 등의 알과 유생이 일정 기간 플랑크톤으로 존재하다 성장하면서 독립적 생활을 시작한다. 기능적 분류로는 태양빛으로 광합성을 하여 유기물을 합성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이를 먹으며 에너지를 이어가는 동물성 플랑크톤이 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기 산소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고, 동물성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망을 떠받치는 필수 고리 역할을 한다.
🌊🐟🦠 플랑크톤 크기 분류 (Sieburth-scale)
| 크기 분류 | 대표 크기 범위 | 주 예시 | 비고 |
|---|---|---|---|
| Virioplankton (바이러스) | 0.02–0.2 μm | 해양 바이러스 입자 | 0.2 μm 이하 분획에서 검출 |
| Picoplankton | 0.2–2 μm | 시아노박테리아(Prochlorococcus, Synechococcus) | 빈영양 해역에서 우세 |
| Nanoplankton | 2–20 μm | 소형 섬모충, 소형 와편모류, 소형 규조류 | 연안·용승역에서 증가 |
| Microplankton | 20–200 μm | 규조류 사슬, 대형 와편모류 | 일부 망형 채집망에서 포획 |
| Mesoplankton | 0.2–20 mm | 요각류, 유공충, 화살벌레 | 일주수직이동(DVM)의 주역 |
| Macroplankton | 2–20 cm | 젤리류(작은 해파리), 살파 | 육안으로 관찰 용이 |
| Megaplankton | >20 cm | 대형 해파리, 시포노포라 | 해류에 따라 부유, 역행 불가 |
🌊🐟🦠 플랑크톤 기능적 분류와 정량 맥락
| 기능적 분류 | 주 대사 | 주 역할 | 전지구 기여 | 전형적 풍도 | 서식·특징 |
|---|---|---|---|---|---|
| 식물성 플랑크톤 (Phytoplankton) | 광합성 | 해양 1차 생산, 산소 방출 | 해양 순생산량 약 50–60 Pg C/년, 지구 산소의 약 50% 공급 | 클로로필-a 0.1–0.8 mg/m³ (외해 기준) | 표층 광층, 빈영양 해역은 피코·나노 우세 |
| 동물성 플랑크톤 (Zooplankton) | 이화영양(섭식) | 먹이망 연결, 탄소 수직이동 | 일주수직이동(DVM)으로 탄소 펌프 기여 | 메조플랑크톤 중심, 지역·계절 변동 큼 | 밤에 표층, 낮에 심층 이동 |
| 세균성 플랑크톤 (Bacterioplankton) | 유기물 분해 | 미생물 고리, DOM 재활용 | 탄소·영양염 재순환 핵심 | 해수 1 mL당 10⁴–10⁷ cells | 전 해양 분포, 온도·영양염에 민감 |
| 바이러스성 플랑크톤 (Virioplankton) | 기생적 복제 | 세포 용해, 영양염 재방출 | 미생물군집 구조·물질순환 조절 | 0.2–0.02 μm 분획에서 고밀도 | 전 해양 분포, 계절·수괴 따라 변동 |
| 혼영양 플랑크톤 (Mixoplankton) | 광합성+섭식 | 저영양 해역에서 에너지·영양 확보 | 빈영양 해역에서 우점 가능 | 정량화 연구 진행 중 | 아열대 빈영양 해역에서 흔함 |


물과 공기 속을 넘나드는 생존 방식
플랑크톤은 서식 방식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물살을 따라 흘러가는 부유성 집단을 넥톤(nekton)과 구분해 부르며, 수면 가까이에 떠 있는 무리는 뉴스톤(neuston), 심해 저층에 사는 것은 벤토스(benthos)라 한다. 특히 뉴스톤은 풍랑이 일어나면 공중으로 날려 올라가기도 하는데, 이 경우 일시적으로 ‘공중 부유 플랑크톤(aeroplankton)’이 된다. 여기에는 미세한 식물 포자, 꽃가루, 곤충의 알이나 유생, 심지어 세균과 바이러스까지 포함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마스크 착용은 보이지 않는 에어로플랑크톤을 차단하는 목적이기도 했다. 이처럼 플랑크톤은 바다와 담수, 기수(염분이 섞인 하구)뿐 아니라 공기 속에서도 순환하며, 지구의 대기와 해양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 환경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동력
플랑크톤은 단순한 작은 생물이 아니다.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며, 탄소 순환과 기후 조절에 핵심적으로 기여한다. 동시에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 생산자로서 모든 해양 생물의 에너지원이 된다. 이처럼 미세하지만 압도적으로 많은 수와 기능적 중요성 덕분에 플랑크톤은 지구 생태계의 기반을 형성한다.
그들의 역할은 바다와 육지, 대기를 잇는 시스템 전반에 깊숙이 얽혀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이지만, 그 힘은 고래를 살게 하고 결국 인류의 삶에도 직결된다.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근본은 때로는 미세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논할 때, 우리는 이 작은 생명체들이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균형을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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