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과학] 바이러스는 왜 항생제에 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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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바이러스는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되고도 신비로운 존재 가운데 하나다. 현미경 없이는 볼 수 없을 만큼 작지만, 감염병의 역사를 바꾸어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천연두에서 에이즈, 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는 때로는 문명을 위협했고, 때로는 과학의 발전을 자극해 왔다. 그러나 정작 바이러스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학계와 대중 사이에서 논쟁거리다.

이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증식할 수 없고, 반드시 숙주 세포 속에 들어가야만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포 밖에서는 활동하지 못하고, 세포 안에서만 증식하는 특성 때문에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어디쯤에 놓인 존재로 여겨진다.

[사진=Anna Shvets / Pexels]

바이러스,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존재

독감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감기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 홍역 바이러스, 광견병 바이러스, 소아마비 바이러스 등은 모두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이름이다. 그래서 흔히 “바이러스는 생물인가, 무생물인가?”라는 질문도 제기된다. 이런 물음이 생겨난 이유는, 바이러스가 스스로는 증식하지 못하고 반드시 다른 생물(숙주)의 살아 있는 세포 안에 들어가야만 그 세포의 영양물질을 이용해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이러스만 1만6천 종이 넘으며, 실제로는 수백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특정한 식물, 동물, 박테리아, 곰팡이의 세포에 침투해 증식한다. 그러나 숙주가 죽거나 살아 있는 세포가 사라지면 더 이상 기생할 수 없고, 따라서 증식도 중단된다.

바이러스의 중심에는 핵산(coiled RNA 또는 DNA)이 있고, 그 주변은 단백질 분자(protein units)들이 외투가 되어 둘러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일반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모양에 익숙해 있다. 여기 나타낸 바이러스의 영상은 여러 색으로 입체처럼 나타내고 있지만, 이것은 직접 촬영한 모습이 아니라 알아보기 쉽도록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일반 광학현미경은 물체를 1,000배 이상 확대하여 보기 어렵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적어도 100배 이상 작기 때문에 광학현미경으로는 절대 볼 수 없다. 바이러스를 촬영한 전자현미경 사진은 전자가 만드는 바이러스의 그림자를 보는 것이다. 마치 엑스레이의 흑백 영상처럼.

바이러스는 왜 스스로 증식하지 못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박테리아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훨씬 작다. 크기로 따지면 박테리아의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세포는 아무리 작아도 세포막, 세포질, 그리고 유전자를 담은 핵이 있다. 반면 바이러스는 중심부에 유전물질(핵산, DNA 또는 RNA)만 있고, 그 주위를 단백질 껍질이 감싸고 있다. 이 단백질 껍질은 바이러스 종류마다 형태가 다르다.

세포와 달리 바이러스에는 복제를 위한 에너지나 영양물질이 없다. 오직 유전물질만 있을 뿐이어서, 스스로 유전자를 복제할 수 없다.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들어가 증식하는 모습을 설명한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세포 속으로 들어가나?

예를 들어 감기 바이러스가 코나 입을 통해 들어오면, 미세한 바이러스 입자는 숙주 세포막을 뚫고 침투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는 바이러스를 영양분으로 착각하고 내부로 끌어들인다.

세포 안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곧 세포의 지배자가 되어, 세포에게 자신과 똑같은 핵산을 대량 복제하라고 ‘명령’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세포 안은 수많은 감기 바이러스로 가득 차고, 결국 세포는 파괴된다. 새로 증식한 바이러스들은 세포 밖으로 흘러나와 다른 세포를 공격한다.

바이러스의 이런 성질은 마치 악당이 비행기를 납치해 장악하는 것과 비슷하다.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이름도 이와 닮았다. 어느 순간 외부에서 침입해 자기 컴퓨터뿐 아니라 다른 컴퓨터까지 감염시키며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독감바이러스의 형태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내부에 4개의 핵산이 있고, 주변을 둘러싼 것은 모두 단백질 종류이다.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의 차이

다행히 인체는 다양한 바이러스를 제거할 면역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악성 바이러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해 왔다. 어떤 약은 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또 다른 약은 세포 안에서 복제를 차단한다.

항생제가 바이러스에 듣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균(박테리아)은 세포 밖에서 증식하므로 항생제가 직접 도달해 죽일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세포 내부에 숨어 증식하기 때문에 항생제가 닿지 않는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 개발이 훨씬 어렵다.

면역과 백신

공기 중이나 물속에는 수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존재한다. 그래도 인체가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은 면역체계 덕분이다. 그러나 강력한 병원체가 침입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질병에 걸리게 된다.

과학자들은 항생제와 달리 바이러스를 직접 억제하거나 변형시키는 백신을 개발해 왔고, 지금도 새로운 백신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백신은 인체에는 해가 없으면서도 바이러스만 무력화하거나 약화시켜야 한다.

그 결과, 인류는 일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대표적으로 천연두 백신은 지구상에서 천연두 바이러스를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소아마비 백신 역시 몇몇 극빈 국가를 제외하고는 환자 발생을 거의 근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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