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과학] 韓과학자가 최초 완성한 수상 스키어 소금쟁이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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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2025년 8월 21일 발행된 최고 권위를 가진 과학학술지 <Science>의 표지에 우리나라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의 고제성 교수 팀을 중심으로 캘리포니아대학과 조지아대학의 과학자가 공동 연구한 논문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었다. 이 표지 논문은 소금쟁이가 수면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이유를 밝힌 동시에 그들의 수상스키 원리를 모방하여 세계 최초로 제작한 소금쟁이 로봇에 대한 것이었다. 이 소식은 논문 발표와 동시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여러 방송과 언론에서 과학기사로 다양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소금쟁이 로봇이 소개된 논문의 표지

소금쟁이는 수상스키를 타듯이 빠르게 미끄러져 다니는 곤충으로 유명하다. 지구상에는 노린재목 소금쟁이과(Geriidae)에 속하는 곤충이 1,700종이나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18종이 알려져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일반 소금쟁이(Aquarius paludum)이다.

소금쟁이의 신비

수면을 떠돌며 사는 곤충은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놀랍도록 빠르게 수상스키를 타는 대표선수가 소금쟁이이다. 우리나라 선조들이 이 곤충을 ‘소금쟁이’라 부른 이유는 두 가지 설명이 있다. 첫 번째는 이 수서 곤충이 수면에 정지해 있을 때 가운데 좌우 다리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소금장수가 짐을 질 때 두 다리를 벌여 체중을 분산시키는 자세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들이 먹이를 향해 주둥이로 쏘는 모습을 표현하여, ‘쏘는 놈’이란 뜻으로 ‘쏨쟁이’라 말한 것이 ‘소금쟁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조용한 수면에 정지해 있는 소금쟁이 아래에 6개의 동그란 발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소금쟁이가 수면에 떠서 다닐 수 있는 이유는 6개의 긴 다리 끝(발)에 밀생한 수천 개의 방수털이 물에 젖지 않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발을 디디고 정지해 있으며, 수면은 우묵하게 눌려 작은 곡면이 된다. 이 곡면은 빛을 굴절시켜 바닥에 동그란 그림자들을 형성하게 한다. 그들의 방수털은 물의 표면장력과 탄성을 이용하여 수면 위를 걷고 달릴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 소금쟁이의 몸길이는 수컷의 경우 11-14mm, 암컷은 13-16mm이다. 이런 소금쟁이가 수면을 박차고 달리는 속도는 1초에 몸길이의 100배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키 1.8m 사람이 이런 속도로 달린다면 그는 1초에 180m를 질주하는 셈이다.

소금쟁이가 물에 빠지지 않고 수상스키어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수면을 딛는 6개의 다리 끝에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털이 조밀하게 가득 붙어있기 때문이다. ‘방수털’이라 불리는 이 털은 기름 성분이 덮고 있어 물에 젖지 않는 상태로 수면을 누르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수면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물의 표면장력이 강하여 소금쟁이 체중을 떠받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험실에서 비눗물(표면장력이 약함)에 소금쟁이를 올려두면 발이 빠지고 만다.

소금쟁이가 수면을 발로 디디면 수면은 표면장력이 강하여 꺼지지 않고 오목하게 들어기기만 한다. 소금쟁이는 표면장력에 의한 부력 덕분에 물 위에 떠서 질주할 수 있다.

​소금쟁이의 다리 3쌍을 보면, 앞다리 1쌍은 짧고 뒷다리 1쌍이 가장 길다. 가운데 1쌍의 다리는 길면서 가장 튼튼하다. 소금쟁이는 이 중간 다리의 발로 수면을 박차는 힘의 반작용으로 고속 질주, 정지, 역주행을 하게 된다. 그들은 달리면서 방향전환도 매우 빠르게 한다.

소금쟁이는 날개가 있어 날기도 하고, 지상에서는 메뚜기처럼 멀리 도약도 한다. 그들은 작은 곤충, 죽은 물고기 등을 먹는 육식성 곤충이다. 과학자들은 일찍부터 소금쟁이 다리의 물리적 비밀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처럼 빨리 수면을 이동하는 보트나 수상스키는 지금까지 모방하여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소금쟁이과 무리 가운데 ‘부채발소금쟁이’(Rhagovelia obesa)라는 종류가 있다. 아주대학 기계공학과의 고제성 교수 팀은 이 소금쟁이의 다리와 발의 구조를 자세히 살펴 그들의 특징을 모방한 소금쟁이 로봇을 만들게 되었다.

소금쟁이 로봇

고제성 교수 팀은 쌀알만한 부채발소금쟁이의 발을 면밀하게 관찰한 결과, 그들의 다리 끝에 부채살처럼 생긴 여러 개의 털로 이루어진 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부채살 발(부채발)은 물에 잠기는 순간 부채처럼 활짝 펼쳐져 물을 저을 수 있는 노가 되었으며, 수면 위로 발을 들어 올리면 부채살들은 전부 서로 붙어버리는 구조였다. 그들은 이런 부채발을 움직여 급류 속일지라도 재빨리 수면 위를 전후좌우로 이동할 수 있었다.

부채발소금쟁이의 발이 펼쳐지고 다시 뭉쳐지는 데는 어떤 근육도 관여하지 않고 자연적인 물리현상으로만 이루어졌다. 놀랍게도 그들은 이 부채발을 움직여 50,000분의 1초 사이에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1초 동안에 자기 몸길이의 120배 거리를 질주할 수 있었다. 이런 신비를 알게 된 고제성 교수는 그들의 발 모습을 모방하여 작은 인공 부채발을 만들었다.

왼쪽 사진은 부채발소금쟁이의 깃털처럼 보이는 발이고, 오른쪽 사진은 더 확대한 모습이다. 이렇게 펴쳐진 부채발을 수면 위로 들어올리면 전체가 붓털처럼 서로 붙어버리는 물리적 현상이 나타난다.

부채발이 물속에 잠기면 순식간(0.01초)에 부채살이 활짝 펴지고, 수면 위로 들어 올리면 즉시 하나로 뭉쳐진다. 수면 위로 올리면 부채살들의 틈새에 있는 물 분자들이 모세관현상을 일으키면서 서로 붙게 된다. 이것은 물속에 담근 붓의 붓털이 서로 풀어져 있다가 들어올리는 순간 하나로 붙어버리는 현상과 마찬가지이다. 위 동영상은 고제성 교수가 만든 로봇의 부채발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렇게 펼쳐졌다 붙었다 하는 데는 어떤 동력도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긴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이 머리를 씻을 때도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을 물에 담그면 즉시(실험에서 10,000분의 1초 사이) 전체가 흩어지고, 머리카락을 들어 올리면 순간적으로 전체가 하나로 붙는다. 이런 현상은 모세관 틈새의 물 분자 사이에 응집력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채발소금쟁이의 영어 이름은 리플버그(ripple bug 잔물결벌레)이고, 학명은 라고벨리아(Rhagovelia obesa)이다. 그래서 고제성 교수팀은 이 곤충 로봇 이름을 학명을 따라 ‘라고벨리아’라 부르고 있다. 위 사진은 고제성 교수가 소개하는 라고벨리아의 모습이다.

수면에 뜬 라고벨리아

과학자들은 라고벨리아를 폴리아마이드라는 초경량 신소재로 만들었다. 전체 길이는 가로 10cm, 무게 0.23g이며, 부채발 하나의 무게는 1mg이다. 이 부채발은 소금쟁이의 발처럼 탄성모세관현상(elastocapillary)을 일으키면서 초속으로 몸길이 120배 거리를 전진할 수 있게 한다. 선회할 때는 500분의 1초 사이에 96° 각도까지 돈다고 한다.

이 논문을 주도한 고제성 교수는 약 15년 전부터 소금쟁이의 운동을 연구해왔다고 한다. 앞으로 소금쟁이 로봇이 발달하게 되면 바다와 호수와 강의 환경을 감시하고, 조난자를 탐색 구조함은 물론 필요에 따라 수상 드론처럼 활용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생체모방공학이 가져온 커다란 성과의 하나이다.

소금쟁이라는 수생곤충은 어떻게 물의 자연법칙을 이용하여 이처럼 편리하게 움직이는 부채발을 진화시켰을까? 참으로 궁금하다. 소금쟁이과 곤충들은 종류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 생체 스키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소금쟁이 무리가 연구 대상이다. 과학자들의 첨단 연구들은 어떤 AI도 불가능한 과제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참고 문헌: V.M. Ortega-Jimenez et al. Ultrafast elastocapillary fans control agile maneuvering in ripple bugs and robots. Science. Vol. 389, August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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