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대지방에 겨울이 오면 많은 나무들은 냉해를 막기 위해 무성했던 녹색 잎을 스스로 떨어뜨린다. 숲은 며칠 사이 색을 잃고, 나뭇가지들은 잎의 무게를 벗어낸 채 가늘게 드러난다. 꽃은 물론이고 마지막 잎까지 떨어진 앙상한 숲 사이에서, 시선을 붙잡는 것은 여전히 짙은 녹색을 유지한 침엽수들이다. 눈발 속에서도 한 치 흔들림 없이 서 있는 그 나무들은 마치 다른 계절에 존재하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왜 어떤 나무는 잎을 모두 버리고, 어떤 나무는 끝까지 붙잡을까. 잎이 넓은 활엽수는 왜 낙엽을 만들고, 잎이 좁은 침엽수는 왜 겨울에도 상록으로 남는가. 같은 겨울, 같은 숲에서 이처럼 분명한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활엽수는 왜 낙엽이 지는가
겨울이 다가오면 낮이 짧아지고 햇빛의 세기가 약해져 광합성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땅속의 물은 얼어 뿌리가 흡수할 수 없게 되고, 잎 내부의 수분도 얼어 이동이 차단된다. 잎의 표면적이 넓은 활엽수는 수분 증발 손실이 크고, 눈이 무겁게 쌓이면 바람과 중량을 견디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잎을 유지하는 데 드는 에너지 비용은 잎을 잃음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훨씬 커진다. 그 결과, 나무는 추위와 건조에 대비하기 위해 새눈의 보호를 우선하고 낡은 잎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선택한다.

[사진=Midjourney 생성 이미지]
이 과정에서 엽록소가 분해되며 녹색이 사라지고, 카로티노이드·크산토필 같은 색소가 드러나 붉은색·주황색·노란색 등 단풍이 나타난다. 잎이 떨어지기 전 나무는 잎에 남아 있는 영양분을 줄기·가지·뿌리·새눈으로 이동시켜 저장한다. 잎과 가지 연결 부위에는 ‘떨켜’라는 분리층이 형성되어 수분 손실과 감염을 막으며 세포 조직을 정리한다. 낙엽은 단순한 잎의 탈락이 아니라 겨울 생존을 위한 체계적이고 계획된 구조적 대응이다.


왜 참나무는 갈색 잎이 떨어지지 않을까
참나무과(oaks)는 잎이 완전히 말라 갈색으로 변한 상태에서도 겨울 내내 가지에 남는다. 이를 지속착엽(marcescence)이라고 한다. 이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참나무는 본래 따뜻한 지역에서 기원해 추운 지역으로 확장한 종으로, 떨켜 형성이 늦게 일어난다는 생리적 특성이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마른 잎이 새눈을 감싸 차갑고 건조한 공기와 바람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이 제시된다. 초식동물 방어 기능도 언급된다. 질기고 섬유질이 많은 갈색 잎은 먹이로 부적합해 겨울철 어린 나무를 보호하는 효과를 갖는다.

이러한 복합적 요인으로 참나무의 마른 잎은 봄 새잎이 성장할 때까지 유지되고, 새순이 자라며 떨켜가 완성될 때 비로소 떨어진다. 갈색 잎은 생태계를 위한 장기적 영양 순환 조절자로 작용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참나무의 지속착엽은 환경 적응, 생존 방어, 자원 관리가 복합된 전략이다.

침엽수는 왜 겨울에도 낙엽지지 않는가
침엽수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며 광합성을 최대한 지속하도록 진화했다. 바늘 모양의 잎은 표면적을 최소화해 수분 손실을 줄이고, 두꺼운 큐티클과 왁스층은 세포 조직을 얼음과 건조로부터 보호한다. 잎 조직은 낮은 온도에서도 광합성이 가능한 구조이며, 광합성 효율은 느리지만 지속성에 초점을 둔 방식이다. 눈이 쌓여도 바늘잎 표면에서는 쉽게 미끄러져 떨어지고, 기계적 압력과 바람에도 강하다.
침엽수 역시 잎갈이를 한다. 그러나 낙엽수처럼 한 번에 잎을 모두 떨어뜨리지 않고, 수 년에 걸쳐 천천히 교체한다. 이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연중 일정 수준의 광합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상록성은 생존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진화된 구조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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