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강성과 유연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고무처럼 늘어나면서도 강철처럼 단단해질 수 있어 기존 소프트 인공근육의 한계를 극복한 성과로 평가된다.
정훈의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형상기억고분자 기반의 새로운 소재 설계를 통해 무게 1.25g의 인공근육이 최대 5㎏ 하중을 지탱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자기 무게의 약 4천 배에 해당하며, 동시에 원래 길이의 12배까지 늘어날 만큼 유연하다.
연구팀이 측정한 수축 변형률은 86.4%로 사람 근육(약 40%)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또 근육이 수행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을 나타내는 작업 밀도는 1천150kJ/㎥로, 사람 근육보다 30배 크다. 일반적으로 근육은 단단할수록 잘 늘어나기 어렵지만, 이번 인공근육은 두 성질을 동시에 확보했다.
핵심은 소재 내부의 이중 결합 구조다. 연구팀은 고분자 사슬을 공유결합으로 묶어 강도를 유지하면서, 열 자극에 따라 끊어졌다 이어지는 물리적 결합을 도입해 유연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표면을 특수 처리한 자성 입자를 더해 물리적 결합을 강화하고, 외부 자기장으로도 동작을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자기장으로 인공근육을 움직여 물체를 집는 실험에도 성공했다.
(b) 또 다른 실험에서는 인공근육이 초기 상태에서 최대 220%까지 늘어나 물체를 잡고, 이후 가열 시 52%까지 수축하며 77g 무게를 들어 올린다.
즉, 인공근육이 외부 자극(열·자기장)에 반응해 늘어나거나 수축하면서 실제 근육처럼 힘을 발휘하고 물체를 제어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식이다. [사진=UNIST]
정훈의 교수는 “이번 연구로 기존 인공근육이 가진 힘의 한계를 해결했다”며 “소프트 로봇, 웨어러블 로봇, 의료 보조 장치 등 사람과 기계가 긴밀히 상호작용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온라인판에 7일자로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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