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기존 촉각 센서 기술의 한계를 넘어, 압력·진동·호흡·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는 고정밀 다기능 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의료용 진단 장비부터 증강현실 기반 수술 훈련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성이 제시됐다.
KAIST 기계공학과 박인규 교수 연구팀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열성형 기반 3차원 전자 구조(Thermoformed 3D Electronics, T3DE)’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촉각 센서를 구현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 소프트 엘라스토머(실리콘, 고무 등) 기반 센서가 가진 느린 응답 속도, 히스테리시스(반복 자극에 따른 출력 변화), 크립(장시간 하중으로 인한 변형) 등의 문제를 구조 설계와 소재 제어를 통해 극복한 것이 핵심이다.
열·압력 성형으로 3D 구조 구현…생체조직과 유사한 물성 조정 가능
센서는 2차원 필름 위에 정밀하게 금속 전극을 패터닝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3차원 구조로 성형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특히 센서 상단의 전극과 하단 지지 다리 구조는 목적에 따라 기계적 강성과 반응 특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지 다리의 두께, 길이, 개수 등 미세 구조 매개변수를 조절하면 영률(탄성계수)을 10 Pa에서 1 MPa까지 폭넓게 조정할 수 있으며, 이는 피부, 근육, 힘줄 등 다양한 생체조직의 물성과 유사한 수준이다.
또한 공기를 유전체로 활용함으로써 기존 고분자 유전체 대비 전력 소모를 줄였고, 높은 민감도와 빠른 응답속도, 온도 변화에 대한 안정성, 반복 측정 시의 정밀도까지 확보했다.
2800개 센서 어레이 구현…실시간 생체신호 감지 입증
연구팀은 총 2800개의 센서 소자를 격자 형태로 배열한 시스템을 구성해 실용성을 검증했다. 발바닥에 센서를 부착한 후 보행 시 압력 분포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할 수 있었고, 손목 맥박을 측정해 혈류 흐름과 혈관 탄성 등을 분석하는 데도 성공했다. 숨결의 압력 변화나 낮은 주파수의 음향 신호까지 감지할 수 있어, 기존 상용 음향 센서 수준의 감도도 확보했다.

KAIST 연구팀이 개발한 3차원 촉각 센서는 구조에 따라 압력, 맥박, 음성, 체중 분포 등 다양한 신체 신호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다. 그림은 센서의 구조별 특성과 함께, 실제 사람의 말소리와 맥박, 보행 시 체중 이동까지 정밀하게 측정한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자료=KAIST]
특히 의료 교육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증강현실(AR) 기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에도 적용됐다. 센서는 절개 시 가해지는 압력에 따라 강도 피드백을 제공하고, 위험 부위 절개 시 실시간으로 경고 신호를 출력하는 기능까지 구현됐다. 이는 가상 환경에서의 수술 감각 훈련에 실질적인 기계적 현실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인규 교수는 “이 센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구조와 반응 특성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일상적인 동작 감지부터 정밀한 생체 신호 측정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의료, 재활, 웨어러블 기기, 가상현실 기반 인터페이스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025년 5월호에 게재됐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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