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킬러 T세포 과활성 제어 원리 규명···자가면역질환 치료 가능성

국내 연구진이 과도하게 활성화된 킬러 T세포의 작동 원리를 규명해, 면역 과잉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자가면역질환이나 중증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이어지는 염증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기반 연구로 평가된다.

KAIST 의과학대학원 신의철·박수형 교수 연구팀은 충남대 의과대학 은혁수 교수팀과 공동으로, 면역 단백질 ‘인터루킨-15(IL-15)’가 킬러 T세포를 비정상적으로 흥분시키는 과정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하는 세포 내 경로를 밝혀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이뮤니티(Immunity) 10월 31일자에 게재됐다.

킬러 T세포(CD8+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면역 방어를 수행하지만, 반응이 과도해지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조직 손상과 염증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이러한 과활성 반응이 IL-15에 의해 촉발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신의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김소영 KAIST 박사과정생, 박수형 KAIST 교수, 은혁수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 [사진=KAIST]

실험 결과, IL-15는 감염 자극이 없는 환경에서 킬러 T세포를 무작위로 활성화시켜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게 만들었다. 반면 바이러스 감염 등 항원 자극이 있을 때는 세포 내 조절 기전이 작동해 이러한 과잉 반응이 억제됐다. 연구진은 그 조절 기전이 세포 내 ‘칼시뉴린(calcineurin)–NFAT 신호 경로’임을 확인했다. 즉 IL-15가 킬러 T세포를 자극하더라도, 칼시뉴린–NFAT 경로가 일종의 ‘면역 브레이크’ 역할을 하며 세포의 폭주를 막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한 일부 면역억제제가 이 칼시뉴린 경로를 차단해 면역을 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특정 상황에서는 IL-15에 의한 T세포 과활성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환자의 면역 상태에 따라 약물이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면역억제제의 선택과 사용 방식이 정밀하게 조정돼야 함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를 통해 IL-15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킬러 T세포에서만 증가하는 특정 유전자 집합(마커)도 새롭게 확인됐다. 이 마커는 급성 A형 간염 환자의 킬러 T세포에서도 동일하게 증가해, 향후 면역질환 진단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신의철 교수는 “킬러 T세포는 단순한 방어세포가 아니라 염증 환경에 따라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이러한 활성화 경로를 정밀하게 제어하면 과잉 면역 반응으로 인한 질환 치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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