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반 3차원 원자 구조 분석 성공
수소연료전지 촉매의 성능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는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성능 저하 원인을 직접 관찰하고 대안을 제시한 성과로, 수소차 상용화의 걸림돌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KAIST 양용수·조은애 교수와 미국 스탠퍼드대,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수소연료전지 촉매 내부 원자의 움직임을 수천 회의 충·방전 과정 동안 3차원으로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8월 28일 자에 게재됐다.

3차원 원자 구조: 초기 상태(왼쪽)에서는 백금(파란색)과 니켈(분홍색)이 고르게 섞여 있다. 그러나 연료전지를 반복 작동할수록(4천·8천·1만2천 회 이후) 니켈이 점점 빠져나가고 입자 형태도 변형된다.
촉매 활성도: 빨간색은 활성이 높은 부분, 흰색은 활성이 낮아진 부분을 뜻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붉은 영역이 줄고 흰 영역이 늘어나면서, 촉매 성능이 떨어지는 모습이 드러난다. [사진=KAIST]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 촉매에는 백금 기반 합금이 주로 쓰인다. 그러나 운행 과정에서 입자 변형과 원소 손실 등으로 성능이 급격히 저하되는 열화 현상이 발생해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실험적으로 원자 단위에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인공신경망 기반 ‘원자 전자 단층촬영 기법’을 새로 개발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수많은 이미지를 AI로 분석하고 촉매 내부 원자의 3차원 위치를 정밀 재구성했다. 그 결과, 백금-니켈 합금 나노입자는 반복 구동 과정에서 형태가 변형되고 니켈 원소가 빠져나가면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니켈 대신 갈륨을 소량 첨가한 촉매는 구조적 변화가 거의 없었고, 초기 성능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합금 조성이 수소연료전지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양용수 교수는 “이론적 모델이 아니라 실제 촉매 입자의 3차원 열화 과정을 원자 단위로 정량 측정한 첫 사례”라며 “AI 기반 원자 구조 분석 기술은 배터리 전극이나 메모리 소자 등 다양한 나노 소재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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