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우주의 착시, 혹은 새로운 은하의 탄생 신호
2022년, 허블망원경의 뒤를 잇는 차세대 관측기 제임스웹이 첫 관측 이미지를 공개했다. 발사까지 21년의 개발과 수많은 난관을 거친 이 망원경은 인류 역사상 가장 정교한 ‘시간을 거슬러 보는 장치’로 불린다. 웹이 관측한 그 화면 속에는 어둠을 배경으로 수없이 작은 붉은 점들이 떠 있었고, 연구자들은 그것이 빅뱅 직후 태어난 최초의 은하라고 믿었다. 우주의 시작을 직접 사진으로 보았다는 사실에 당시 과학계와 대중들은 들떠있었고, 초기 우주 연구 패러다임의 전환점을 맞는 듯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 믿음은 다시 검증대에 올라, 웹망원경이 본 작은 붉은 점들의 정체성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작은 붉은 점들’. 초기 은하로 여겨졌던 이들 중 일부는 실제로 활동은하핵(AGN)으로 밝혀졌다. [사진 =NASA·ESA·CSA·STScI / JWST 협력 연구팀]
재분석을 통해 밝혀진 붉은 점들의 진짜 정체
최근 미국 카네기천문대(Carnegie Observatory)와 유럽남천문대(ESO) 공동 연구진은 제임스웹의 초기 관측 데이터를 재분석했다. 특히, 빛의 이동 정도를 나타내는 적색편이(redshift) 값을 다시 측정하고, 스펙트럼 보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그 결과, 일부 붉은 점들은 별의 생성으로 인한 적색광이 아니라, 활동은하핵(AGN)에서 방출된 강력한 복사 에너지로 드러났다. 활동은하핵(AGN)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집어삼키며 밝은 빛과 에너지를 내뿜는 영역으로, 은하 전체보다 더 눈에 띄게 보이기도 한다.
즉, 그동안 초기 은하에서 젊은 별이 폭발적으로 태어나고 있다고 여기던 신호 중 상당수는 사실은 블랙홀이 방출한 강력한 복사 에너지였던 셈이다. 또한 재분석 결과 일부 천체는 이전에 추정한 것보다 훨씬 가까운 약 40-60억 광년 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주 초기의 매우 먼 천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웹이 관측한 모든 붉은 점이 오해였던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여전히 약 130억 광년 너머에서 존재하는 천체들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즉, 웹 망원경은 정말로 우주가 가장 어두운 시기에 태어난 원시 은하들의 흔적도 함께 포착한 것이다. 다만 그 속에는 서로 다른 시대의 천체들이 뒤섞여 있어, 세밀한 분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사이클 1 일반 관측에서 포착한 초기 은하를 보여주는 이미지 [사진=NASA/ESA/CSA]
해석의 경계, 관측의 한계
이번 연구는 이제껏 우리가 알고있던 붉은 점의 오해에 대한 수정이 아니다. 이는 우주 초기 은하의 분포와 형성 이론 자체를 다시 써야 할 가능성을 제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붉은 점들의 밝기와 적색편이를 근거로 은하의 질량, 별 형성률, 나이 등을 추정해 왔지만, 그 중 일부가 블랙홀의 방출광으로 드러나면서 초기 은하의 분포와 성장 속도에 대한 기존 통계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연구진은 향후 제임스웹 관측에 중적외선 및 다파장 분석 기법을 도입해 천체의 정체를 더 정확하게 구분하는 탐색 전략을 도입할 계획이다. 웹 망원경의 기술적 성취가 만들어낸 새려운 발견의 이면에는 언제나 해석에 따른 위험과 한계가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는 관측 데이터의 해석 오차를 줄이고, 우주의 초기 구조를 보다 정확히 복원하기 위한 시도, 즉, 재분석에 대한 한계를 줄이고, 관측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과학의 자기 점검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윤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Carnall et al.,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25).
자료: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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