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게 먹는 습관은 고혈압을 부르는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싱겁게 먹기’를 건강의 기본 원칙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정말 싱겁게 먹으면 고혈압을 막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싱겁게 먹어야 안전할까?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해왔다. 많은 연구와 논의 끝에 세계 보건 기구 (WHO)는 성인에서 나트륨으로 하루 2000mg, (소금으로 5g, 티스푼으로 한 숟가락 정도) 이내를 권장량으로 제시했다. 다른 의료 전문가 및 보건 관련 기관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하루 2000-2300mg) 나트륨 섭취를 권장 상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고혈압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 이하로 줄인다고 100% 예방되는 것도 아니고 5g 이상 섭취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기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트륨은 물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체내에 나트륨이 많으면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런 만큼 나트륨 섭취량을 줄일수록 혈압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세계 보건 기구와 세계 여러 나라 보건 당국은 나트륨 섭취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을 적극 진행해왔다. 덕분에 많은 나라에서 나트륨 섭취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세계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4310mg으로 (소금 10.78g)으로 여전히 권장 제한치의 두 배가 넘는 실정이다. 한국인의 경우에도 나트륨 섭취량이 줄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권장량보다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 건강영양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 간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18년 3274mg에서 2022년 3074mg으로 200mg(약 6.1%) 정도 감소했다. 여전히 많은 편이긴 하나 세계 평균보다 낮은 편이고 감소하는 추세라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식생활 패턴의 변화와 그간의 캠페인 결과로 한국인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는 통로인 ‘김치, 국·탕·찌개, 면류’의 소비량이 감소한 것이 주된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이 나트륨 섭취를 하루 2000mg 이내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소금은 음식 간을 맞추는데 필수적인 조미료로 모든 음식에 다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구식 식단이라도 소금은 빠질 수 없는 조미료다. 이미 짠맛에 오랜 세월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극단적 저염식은 간이 맞지 않는 싱겁고 맛없는 음식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만약 하루 2000mg에서 만족하지 않고 하루 500-1000mg 이하의 극단적 저염식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혈관 내 압력을 크게 낮춰 고혈압을 100% 예방할 수 있을까? 고혈압은 안 걸려도 너무 맛없는 음식만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릴 것 같은 이야기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마존 정글 오지에 살고 있는 원시 부족들이다.
아마존 내부 깊숙한 브라질, 베네수엘라 접경 지역에 살고 있는 원시 부족 가운데 하나인 야노마미족 (Yanomami)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대상이었다. 야노마미족은 3만 5천 명 정도 되는데, 이들 가운데는 고혈압 환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 지목된 것 중 하나는 낮은 나트륨 섭취량이었다.
전 세계 52개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량과 혈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인터솔트 (INTERSALT) 연구에서 야노마미족은 나이가 들어도 혈압이 증가하지 않는 특이한 패턴을 보였다. 이는 나트륨 섭취량이 하루 500mg 이하로 극단적으로 적은 것이 그 이유로 생각된다. 이 연구는 2003년경 발표됐다.
하지만 혹시 이 원시 부족이 혈압이 오르지 않는 특이 체질을 지니고 있거나 혹은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이후에도 후속 연구가 이어졌다. 2018년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고립된 수렵 채집인 생활을 하는 야노마미 부족과 1969년 인근에 비행장이 들어선 이후 식생활이 급속히 서구화된 예크와나 (Yekwana) 부족의 혈압을 측정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면서 혈압이 증가하는 패턴이 야노마미족에서는 여전히 관측되지 않은 반면 예크와나 부족에서는 나타났다. 소금으로 간을 하지 않고 원시 그대로의 식생활을 유지한 야노마미족에서는 고혈압 환자를 볼 수 없었다.
다만 그렇다고 우리가 원시 부족처럼 먹고 살 순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고혈압이 없다고 해서 이들 원시 부족의 평균 수명이 현대인보다 훨씬 긴 것도 아니다. 혈압을 조절하는 목적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요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무리해서 초저염식을 유지할 이유도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충분히 음식도 즐기면서 건강을 해칠 정도로 짜지 않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국은 너무 짜지 않게 먹고 국물은 가급적 다 먹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양념이 된 반찬이나 절임 채소는 적당히 먹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 식습관이 권장된다. 물론 소금이나 간장, 소스를 잔뜩 뿌리거나 찍어 먹는 습관도 적당히 자제해야 한다. 맛을 즐기되 지나치지는 않는 것이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참고 문헌
- Mueller NT, Noya-Alarcon O, Contreras M, Appel LJ, Dominguez-Bello MG. Association of Age With Blood Pressure Across the Lifespan in Isolated Yanomami and Yekwana Villages. JAMA Cardiol. 2018;3(12):1247–1249. doi:10.1001/jamacardio.2018.3676
- Mancilha-Carvalho Jde J, Souza e Silva NA. The Yanomami Indians in the INTERSALT Study. Arq Bras Cardiol. 2003;80(3):289-300. doi:10.1590/s0066-782×2003000300005
-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sodium-reduction
Dr. 고든 정
필자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내과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거친 전문의다. 석사 학위는 울산대에서 박사 학위는 경희대에서 받았으며 전공은 예방의학과 소화기 내시경이다. 주로 질병의 예방 및 조기 진단에 초점을 맞춰 일하고 있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임상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까지 70여편에 SCIE 논문에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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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닥터정의 의학노트] 원시인에겐 고혈압이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