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정의 의학노트] 꼭 필요한 소금, 지나치면 밤잠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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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성경에는 ‘빛과 소금’이라는 표현이 있다. 빛과 소금처럼 꼭 필요한 존재가 되라는 비유이지만, 고대 사회에서 소금이 빛처럼 귀하고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소금은 모든 동물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고대 사회에서 귀한 물품으로 거래됐다. 중국에서도 한나라 때부터 소금의 전매 제도를 통해 국가에서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관리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고려 시대부터 소금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주요 물품으로 지정한 역사가 있다.

고대와 중세 시대에 소금이 이렇게 귀한 물품 대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음식을 부패하지 않게 하는 데 유용한 물질이었기 때문이다. 김치처럼 야채를 소금에 절여 장기 보관이 가능하게 만든 음식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냉장고가 일반화된 현대에 와서도 절임 식품은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

물론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제외하고 생각해도 조미료로써 소금은 독보적인 존재다. 단맛이나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나 조미료는 많지만, 짠맛을 내는 조미료는 소금 하나뿐이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소금이나 소금이 들어간 간장 같은 조미료는 필수적 존재다.

하지만 생존에 꼭 필요한 소금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소금에 두 가지 성분 중 하나인 나트륨은 조직과 혈액에서 적절한 삼투압과 각종 대시 기능을 유지하는데 꼭 있어야 하는 물질이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결국 많은 물을 끌어들여 문제를 일으킨다. 대표적인 문제가 고혈압이다.

다행히 우리 인체는 필요 이상의 나트륨과 물이 몸 안에 들어왔을 때 이를 신속하게 배출하는 능력이 있다. 콩팥에서 넘쳐 나는 물과 나트륨을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금을 많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콩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간 당 용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 이상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 몸은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트륨과 수분을 밤에도 배출한다. 짜게 먹으면 밤중에 일어나 소변을 보는 야간뇨가 생길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솔직히 말해 필자 스스로도 짜게 먹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자다 깨서 소변을 보는 일이 적지 않다. 그러다 보면 실제 수면 시간도 줄어들고 자고 나도 피곤한 경우가 많다. 짜게 먹는 습관이 수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이런 추측이나 개인적 경험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는 것이 과학이다.

그래서 필자와 동료들은 대규모 검진 데이터를 통해 과도한 소금 섭취가 수면에 끼치는 악영향을 조사했다. 직장 검진을 받은 15만 명 이상의 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식이 설문조사 (FFQ)와 수면 설문 조사 (PSQI)를 진행해 소금 섭취량과 수면 시간, 수면의 질, 야간뇨 빈도를 조사한 것이다. 대상자들은 나트륨 섭취량에 따라 5 그룹으로 나눠 조사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평소 나트륨 섭취가 많은 사람에서 야간뇨의 빈도가 높고 수면 시간이나 질이 나쁘게 나타났다. 이와 같은 효과는 총 열량 섭취, 체질량 지수(BMI), 당뇨나 고혈압 같은 기저 질환, 나이, 성별, 약물 사용, 흡연, 음주량, 결혼 유무, 운동량으로 보정해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적은 하위 20%와 비교할 때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20%는 일주일에 3번 이상 야간뇨로 깰 가능성이 22%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중간에 자꾸 깨는 것은 수면의 신체 회복 기능을 크게 낮출 뿐 아니라 전반적인 수면의 질도 나쁘게 만든다.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20% 그룹은 하위 20%과 비교해 수면이 질이 나쁠 가능성과 수면 시간이 짧을 가능성이 13%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영국영양재단 (British Nutrition Foundation)의 공식 학술지인 영양회보 (Nutrition Bulletin)에 실렸다.

짧은 수면 시간, 나쁜 수면의 질, 그리고 야간뇨로 인한 수면 중단은 결국 평생 누적되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소금은 꼭 필요하지만, 섭취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평소 짜게 먹는 습관이 있다면 절임 야채보다 신선한 샐러드를, 국물보다는 건더기를 위주로 먹고 과일을 자주 섭취하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가공식품의 경우 식품 영양 정보에 있는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고 지나치게 짠 식품을 섭취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빛과 소금이라는 표현처럼 소금은 정말 필요하고 생존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소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너무 남용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균형을 맞추는 지혜 역시 소금처럼 중요하다.

 참고 문헌

Jung JY, Oh CM, Kim E, Park SK. Dietary sodium intake and its relation to sleep duration, sleep quality and nocturnal urination in working-aged Korean adults. Nutr Bull. 2023;48(3):365-375. doi:10.1111/nbu.12629

Dr. 고든 정

필자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한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내과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거친 전문의다. 석사 학위는 울산대에서 박사 학위는 경희대에서 받았으며 전공은 예방의학과 소화기 내시경이다. 주로 질병의 예방 및 조기 진단에 초점을 맞춰 일하고 있다. 현재는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부 임상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까지 70여편에 SCIE 논문에 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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