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관측 끝에 모습 드러낸 포말하우트의 충돌, 행성으로 오인된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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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인근 항성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을 포착했다. 두 개의 거대한 암석 천체가 충돌한 뒤 형성된 잔해 구름이다. 태양계 밖에서 행성 형성 단계의 충돌 흔적이 실제 관측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관측 대상은 물고기자리 남쪽에 위치한 포말하우트 항성계다.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이 항성은 태양보다 질량이 크고, 넓고 복잡한 먼지 띠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블은 이 먼지 띠 안에서 별빛을 반사하는 작은 점광원을 포착했고, 연구진은 이를 외계행성 후보로 해석했다. 먼지로 덮인 행성이 항성빛을 반사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포말하우트 항성계에서 벌어진 충돌 과정을 단계별로 재현한 설명용 이미지다. 항성 주변을 공전하던 두 암석 천체가 접근해 충돌하고, 충돌 직후 밝은 잔해 구름이 형성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퍼져 나가는 과정을 한 장의 분할 화면으로 보여준다. 실제 허블 관측에서 점광원이 나타났다 사라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시각 자료다.
[사진=NASA, ESA, STScI]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반복 관측에서 예상과 다른 변화가 나타났다. 문제의 점광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졌고, 결국 완전히 사라졌다. 이후 같은 항성계의 다른 위치에서 또 하나의 밝은 점광원이 새롭게 등장했다. 두 광원은 위치만 달랐을 뿐, 밝기와 변화 양상에서는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

행성 이동·궤도 변화 아닌 충돌로 생긴 점광원

행성의 이동이나 궤도 변화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관측 자료를 재분석했고, 기존 해석을 수정했다. 결론은 충돌이었다. 소행성과 비슷한 크기의 암석 천체, 이른바 행성소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미세한 입자 구름이 형성됐고, 이 구름이 별빛을 반사해 일시적으로 행성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제이슨 왕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지난 20여 년 동안 포말하우트 항성계에서 서로 다른 시점에 두 차례의 충돌이 발생해, 각각 독립적인 잔해 구름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과거 외계행성 후보로 분류됐던 광원은 포말하우트 cs1, 새롭게 등장한 구름은 포말하우트 cs2로 명명됐다.

행성소 충돌은 이론적으로 매우 드문 사건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인 모델에 따르면 이런 충돌은 수십만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수준이다. 그러나 포말하우트 항성계에서는 불과 20년 남짓한 관측 기간 동안 두 차례의 충돌 흔적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두고, 장기간의 항성계 역사를 압축해 본다면 충돌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포말하우트 항성계의 실제 이미지다. 중앙의 검은 원은 항성 포말하우트의 강한 빛을 차단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린 영역이다. 이를 통해 항성 주변을 둘러싼 희미한 먼지 고리가 드러난다. 오른쪽 확대 영역에는 서로 다른 시점에 관측된 두 점광원 cs1(2012년)과 cs2(2023년)가 표시돼 있다. 처음에는 외계행성 후보로 해석됐지만, 이후 충돌로 생성된 먼지 구름으로 확인됐다.
[사진=NASA, ESA, STScI, Hubble Space Telescope]

행성이 만들어지기 이전 단계 과정 포착에 의미

이번 관측은 행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실제 현상으로 보여준다. 행성은 형성 초기 단계에서 수많은 행성소가 반복적으로 충돌하고 결합하면서 점차 성장한다. 충돌로 생성된 먼지 구름의 확산 속도와 밝기 변화는, 이 과정에 참여한 물질의 크기와 분포, 조성에 대한 정보를 직접 제공한다. 이처럼 충돌의 결과를 시간에 따라 추적할 수 있는 관측은, 그동안 이론 계산과 간접적인 흔적에 의존해 온 행성 형성 연구를 실측 기반으로 확장시킨다.

암석 천체 충돌 직후 형성된 잔해 구름을 가까이서 표현한 장면이다. 충돌로 잘게 부서진 입자들이 별빛을 반사하면서 밝은 점처럼 보이며, 허블 관측에서는 이 상태가 외계행성으로 오인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잔해는 팽창하고 희미해져 관측 시야에서 사라진다.
[사진=NASA, ESA, STScI (시뮬레이션 이미지)]

동시에 이번 사례는 외계행성 탐색 방식의 한계를 드러낸다. 충돌로 형성된 먼지 구름은 수년 동안 안정된 점광원처럼 유지될 수 있으며, 반사광만으로는 실제 행성과 구별하기 어렵다. 포말하우트 cs1이 오랫동안 외계행성 후보로 분류됐던 이유다. 반사광 관측에 의존하는 외계행성 탐색에서는 유사한 오인이 반복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노후화로 인해 정밀한 추가 관측에는 제약이 있다. 연구진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활용한 후속 관측을 준비하고 있다. 근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면 먼지 입자의 크기 분포와 화학적 성분, 물과 얼음의 존재 여부까지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포말하우트 cs2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항성계 주변에서 벌어지는 충돌의 빈도와 물리적 특성을 더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Paul Kalas et al, A second planetesimal collision in the Fomalhaut system, Science (2025). DOI: 10.1126/science.adu6266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u6266

자료: Science /  Northwester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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