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백만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은하 수백 개가 한 방향으로 배열된 필라멘트 구조가 통째로 회전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개별 은하의 자전이 아니라, 이들을 감싸는 거대한 필라멘트가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보고된 적이 거의 없는 희귀한 움직임이다.
이번 분석은 옥스퍼드대학교를 중심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 웨스턴케이프대학교, 남아공 전파천문대(SARAO) 등 여러 연구기관이 참여한 국제 협력 연구에서 도출됐다. 연구팀은 남아프리카 MeerKAT 전파망원경의 MIGHTEE 심층 관측 자료(2021~2024)를 기반으로 필라멘트 내부의 수소가 풍부한 은하들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DESI와 SDSS의 광학 데이터도 결합해 구조 전체의 형태와 운동을 정밀하게 비교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천문학회지(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최근 게재됐다.
‘면도날처럼 얇은’ 필라멘트 내부의 회전 정렬
관측된 필라멘트는 길이 약 550만 광년, 폭 약 11만 7천 광년에 불과한 매우 얇은 구조다. 이 안에는 수소가스를 풍부하게 가진 14개 은하가 실처럼 늘어선 형태로 자리한다. 이 구조는 주변 약 280개 은하를 포함하는 더 큰 필라멘트의 일부이며, 전체 길이는 약 5천만 광년에 이른다.

연구팀은 필라멘트 양쪽에 위치한 은하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은하들이 단순히 제각각 회전하는 것이 아니라, 필라멘트 자체가 한 축을 중심으로 함께 회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모델 분석 결과, 중심부 반경은 약 5만 킬로파섹(약 16만 3천 광년), 회전 속도는 초당 110km로 추정됐다.
옥스퍼드대 리라 정(Lyla Jung) 박사는 “은하 하나하나가 스스로 회전하는 동시에, 그 은하들을 품은 회전판이 천천히 돌아가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은하 스핀의 기원을 추적한다
이 필라멘트는 교란이 적은 ‘역동적으로 차가운’ 상태로 보인다. 내부 은하들의 속도 분산이 작고 수소 가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비교적 초기 형태를 유지하는 구조로 해석된다. 수소는 별 형성의 원료이기 때문에, 이 은하들은 필라멘트를 따라 유입되는 가스를 흡수하며 성장 중일 가능성이 크다.

수소 가스는 주변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필라멘트 내 가스의 이동과 은하의 회전정렬을 함께 관측하면, 은하가 각운동량을 어떻게 받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공동저자인 마달리나 투도라체(Madalina Tudorache) 박사는 “이 구조는 초기 우주의 물질 흐름을 그대로 남긴 기록과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회전 정렬은 향후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Euclid) 임무나 루빈 천문대 LSST와 같은 대규모 우주 관측에서도 주의해야 하는 요소다. 은하들의 내재적 정렬은 약한 중력렌즈 분석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은 MeerKAT 전파망원경의 고해상도 수소 관측 자료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여기에 DESI와 SDSS의 광학 데이터를 결합해 필라멘트의 3차원 형태와 은하들의 이동 방향을 동시에 분석했다. 옥스퍼드대 매트 자비스(Matt Jarvis) 교수는 “서로 다른 관측 장비의 자료를 함께 사용했기 때문에 거대 구조와 개별 은하의 움직임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A 15 Mpc rotating galaxy filament at redshift 𝑧 = 0.032,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2025). academic.oup.com/mnras/article … .1093/mnras/staf2005
자료: 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 / University of Oxf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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