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의 기록, 스파이로그래프 성운이 보여준 별의 마지막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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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과 성운은 늘 같은 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 감각으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예외가 있다. 토끼자리의 행성상 성운 IC 418, 일명 ‘스파이로그래프 성운’은 지난 130년 동안 실제로 뜨거워지고 형태가 바뀌는 과정이 기록된 드문 대상이다.

1891년 하버드대 천문학자 윌리미나 플레밍이 발견한 이 성운은 지구에서 약 2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복잡하게 얽힌 구조로 유명하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와 홍콩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19세기 후반 유리건판부터 최신 허블우주망원경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자료를 분석해, 별이 적색거성에서 백색왜성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실측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 레터스(ApJL) 최근호에 발표했다.

중심별의 가열과 진화 추적

맨체스터대와 홍콩대 연구팀은 1893년 캠벨이 남긴 최초의 분광 기록부터 유리건판·필름·CCD·허블우주망원경 자료까지 130년에 걸친 데이터를 비교했다. 시대별 관측 장비의 차이를 보정해 수소와 이온화 산소(O III) 방출선의 세기 변화를 분석했으며, 이는 중심별의 온도 상승과 성운의 이온화 정도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분석 결과, 중심별은 130년 동안 약 3000도 더 뜨거워졌으며 40년마다 1000도씩 오르는 셈이다. 비슷한 별들과 비교하면 빠른 편이지만, 항성 진화 이론이 예측한 속도보다는 느리다. 현재 별은 적색거성에서 백색왜성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으며, 최종적으로 태양 질량의 약 60% 크기의 지구만 한 백색왜성으로 수축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질량은 태양보다 약 40% 더 무거운 것으로 추정된다.

토끼자리 방향의 행성상 성운 IC 418, 일명 ‘스파이로그래프 성운’. 중심에 보이는 별은 적색거성에서 백색왜성으로 이행 중이며, 지난 130년 동안 표면 온도가 약 3000도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잡한 고리 모양 구조가 성운의 별명에 영감을 주었다. [사진=The Hubble Legacy Archive]

별의 죽음, 탄소의 기원을 다시 쓰다

IC 418은 탄소가 유난히 풍부한 성운으로 확인됐다. 중심별이 외피를 벗기기 전 이미 내부에서 탄소를 합성했고, 방출된 물질은 성운을 이루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이렇게 생성된 탄소는 새로운 별과 행성, 그리고 생명체의 재료로 다시 사용된다.

문제는 예상된 별의 질량 범위와 실제 결과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중심별의 초기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 더 무거웠다고 추정했는데, 이 정도 질량에서 풍부한 탄소가 형성된 것은 기존 이론과 다르다. 지금까지는 더 무거운 별에서만 충분한 탄소 합성이 일어난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IC 418은 별의 말기 단계에서 탄소가 어떻게 생성·방출되는지, 그 과정을 새롭게 설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Albert A. Zijlstra et al, The Secular Evolution of Planetary Nebula IC 418 and Its Implications for Carbon Star Formation,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25). DOI: 10.3847/2041-8213/adf62b

자료: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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