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하 중심에는 별의 탄생과 폭발, 블랙홀의 물질 방출이 반복되며 강한 에너지가 집중된다. 이로 인해 북쪽과 남쪽으로 뻗은 초고온 구조물 ‘페르미 버블’이 형성되며, 내부 온도는 약 100만 켈빈에 달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차가운 수소 구름이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 연구진은 이 버블 안에서 온도 1만 켈빈짜리 중성 수소 구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 구름은 수백만 년 이상 버티기 어려운 조건에 있음에도 증발하지 않았다.
이는 은하 중심에서의 대규모 에너지 분출이 수천만 년 전이 아닌, 불과 수백만 년 전 우주적으로는 ‘아주 최근’에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물리 증거다.
은하 중심에서 솟구친 초대형 열기 구조, 페르미 버블
우리 은하 중심에는 질량이 태양의 수백만 배에 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하고 있다. 이 영역에서는 별이 밀집해 태어나고, 초신성 폭발이나 블랙홀 활동을 통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이 분출된다. 이 에너지가 북극과 남극 방향으로 강하게 뿜어져 나오며 형성된 구조물이 ‘페르미 버블’이다.
페르미 버블은 2010년 NASA의 감마선 우주망원경을 통해 처음 관측됐다. 위아래로 각각 약 2만 5천 광년, 총 5만 광년에 걸쳐 뻗어 있는 이 구조물은 내부가 초고온 플라즈마로 채워져 있으며, 그 온도는 약 100만 켈빈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에 관측된 냉기 구름은 이 내부에서 발견됐다. 각각 수천 태양 질량에 이르는 이 구름은 중성 수소로 이루어져 있고, 초당 약 160만 km의 속도로 은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구름은 이처럼 고온의 환경에서 오래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구조가 수백만 년 이내에 생성됐다는 강력한 시간적 지표로 활용된다.

[사진=NSF/AUI/NSF/NRAO/P.Vosteen]
냉기 구름은 은하 순환 구조의 실측 지표
이번 발견은 단순히 ‘차가운 구름이 뜨거운 가스 안에 있다’는 특이한 관측을 넘어서, 은하의 에너지 순환 구조, 즉 피드백 메커니즘을 실측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은하 중심에서는 블랙홀과 항성 활동을 통해 고온 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다시 은하 디스크로 떨어지며 새로운 별의 재료가 된다. 이 순환 과정을 ‘피드백’이라고 부르며, 은하의 진화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그러나 그동안 이 메커니즘은 대부분 이론과 시뮬레이션에 의존해 설명되어 왔다.
이번에는 다르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자외선 스펙트럼 분석 결과, 이 냉기 구름들은 고온 플라즈마에 의해 서서히 이온화되며 증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고온 은하풍이 주변 물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냉기 구름이 어떤 속도로 사라지는지, 어떤 물리적 과정을 거치는지를 실측할 수 있게 됐다.

냉기 구름은 은하 중심에서 발생한 고에너지 분출의 직접적인 물리 흔적이다. 온도 100만 켈빈의 플라즈마 속에서도 1만 켈빈의 중성 수소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은, 그 분출이 수백만 년 이내에 일어났음을 뜻한다.
구름의 이동 속도(초당 약 160만 km)와 현재 위치는 폭발 시점을 계산할 수 있는 시간 지표다. 또한 구름의 질량과 분포는 에너지 방출의 규모와 방향, 구조의 비대칭성을 분석하는 기준이 된다.
기존 이론은 은하 중심이 오래전 조용해졌다고 가정했지만, 이 구름은 그보다 훨씬 최근에도 격렬한 활동이 있었다는 증거다. 단순한 특이 현상이 아니라, 은하 중심 피드백 과정을 해석하고 시뮬레이션 초기 조건을 설정하는 핵심 자료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Rongmon Bordoloi et al, A New High-latitude H i Cloud Complex Entrained in the Northern Fermi Bubble,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2025). DOI: 10.3847/2041-8213/addd16
자료: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 North Carolina State Universit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