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4천 년 전 ‘강아지 미라’, 알고 보니 늑대…개 가축화 논쟁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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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 발견된 미라는 사람이 기르던 개가 아니라 야생 늑대
  • 위장 분석으로 빙하기 먹이망과 늑대 사냥 방식 복원
  • 개 가축화는 단순한 공존이 아닌 복잡한 진화의 결과

2011년과 2015년, 러시아 북동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털과 피부, 위 내용물까지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두 마리의 ‘강아지 미라’가 발굴됐다. 발견된 위치는 빙하기 인류가 매머드를 사냥한 흔적이 남아 있는 투마트(Tumat) 지역이었다.

당시 고고학자들은 이 새끼 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살았던 초기 개일 수 있다고 추정했고, 세계는 이 미라를 ‘투마트 퍼피(Tumat Puppies)’라 불렀다. 그러나 2025년 공개된 새로운 유전자 및 화학 분석 결과, 이들은 사실 인간과 무관하게 살았던 야생 늑대 자매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이 기르던 동물이 아닌, 인간과 전혀 교류 없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던 개체였다는 점에서, 이는 개 가축화 시점을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약 1만4천 년 전 빙하기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복원된 늑대 무리의 모습. 당시 생태계와 늑대의 생활 양식을 재현한 이미지.

식사 기록으로 본 빙하기 늑대의 생태

이번 연구는 유골의 동위원소 분석, 위장 내 DNA 식별, 조직의 단백질 조성 비교 등 다학제적 분석을 동원했다. 분석 결과, 두 마리 모두 약 2개월령의 어린 늑대였으며, 인간의 사육 흔적이나 접촉 증거는 없었다. 특히 이들이 발견된 지반은 갑작스럽게 무너진 굴의 잔해였으며, 외상 흔적이 전혀 없었던 점으로 보아 급작스러운 붕괴로 인해 생을 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위장에서는 마지막 식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 개체는 밝은 금색 털이 붙은 어린 털코뿔소의 피부 조각을 삼킨 채 보존됐고, 이는 어미나 무리가 직접 사냥한 고기를 굴로 가져와 새끼에게 먹였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다른 개체에서는 풀잎, 관목류 잎, 새 깃털 등이 발견됐으며, 이는 당시 늑대 생태계가 단백질과 식물을 혼합 섭취하는 잡식 성향을 보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이 새끼들이 아직 젖을 먹고 있었다는 증거는, 현대 늑대와 유사한 가족 단위 양육 체계를 이미 빙하기 늑대들도 가졌음을 시사한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출토된 늑대 새끼 미라. 약 1만4천 년 전 생존했으며, 털과 피부, 위 내용물까지 보존돼 당시 빙하기 늑대의 식성과 생태 특성을 밝혀내는 데 활용됐다.
[사진=Sergey Fedorov / North-Eastern Federal University]

개의 기원을 다시 묻다: 늑대 미라가 보여준 가축화의 복잡성

이 화석은 단순한 야생 늑대 유해를 넘어, 개의 기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위장 속 식단 분석은 당시 생태계의 먹이망과 늑대 무리의 사냥 방식, 그리고 인간과 늑대의 실제 거리감을 실증적으로 복원할 수 있게 해준다. 초기에는 이 미라가 개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는 작은 체구와 온순한 외형, 그리고 매머드 도살 흔적이 있는 장소 근처에서 발견됐다는 점에 기반한 추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유전자 염기서열과 단백질 조성 등 생화학적 분석을 통해, 이들이 현대 개나 늑대와 유전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유한 야생 늑대 혈통임을 밝혀냈다.

이는 개의 가축화가 우연이나 단기간의 공존으로 이뤄진 일이 아니라, 장기간의 선택과 격리, 그리고 인간의 개입이 축적된 복잡한 진화 과정이라는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 화석은 개의 탄생 시점을 단정하기보다는, 그 기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조건과 경로를 훨씬 더 넓은 시각에서 다시 그리게 만든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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