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 년 전, 태풍에 휩쓸린 새끼 익룡 흔적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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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독일 남부의 석회암 지층에서 발굴된 두 점의 작은 화석이 고대 폭풍의 참상을 드러냈다.

영국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이 화석들이 단순한 익룡의 잔해가 아니라, 어린 개체들이 강력한 열대성 폭풍 속에서 추락해 죽음을 맞은 순간을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발견된 개체는 날개폭이 20cm에 불과한 새끼 프테로닥틸루스(Pterodactylus)로, 연구진은 각각 럭키와 럭키 II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 화석 모두 뼈대가 거의 변형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상완골에 사선형 골절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날개뼈가 강풍에 비틀리며 부러졌고, 어린 익룡들이 폭풍에 휘말려 석호로 추락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죽음 이후 곧바로 석회질 진흙에 묻히면서 뼈와 자세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격렬한 폭풍 속에서 아기 프테로닥틸루스가 휘말려 날개를 다치는 장면을 그린 복원도. 강풍에 의한 추락이 이번 연구의 핵심 사인으로 지목됐다.
[사진=Rudolf Hima]

잘름호펜 석회암 지층은 정교한 화석 보존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성체 익룡 화석은 드물고, 대부분 작은 개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번 연구는 그 이유를 설명한다. 어린 개체들은 폭풍에 쉽게 휩쓸려 떼죽음을 당했고, 빠른 매몰 덕분에 완전한 형태로 남았다. 반대로 성체는 폭풍을 견뎌냈지만, 사망 후 사체가 수면에 오래 떠다니며 분해돼 파편만 퇴적층에 남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석 기록에는 어린 익룡이 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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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와 ‘럭키 II’로 불린 아기 프테로닥틸루스 화석. 두 개체 모두 날개뼈가 골절된 채 거의 완전한 형태로 보존돼 있다. [사진=University of Leicester]

잘름호펜 석회암에서 발굴된 또 다른 어린 익룡 화석. 얇은 뼈대가 온전히 남아 있어 폭풍 후 빠른 매몰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University of Leicester]

연구 책임자인 랩 스미스(Rab Smyth)는 “익룡은 속이 빈 얇은 뼈를 가져 화석화 자체가 드물다. 그런데 이번 발견은 사망 원인까지 드러내는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 데이비드 언윈(Dr. David Unwin)은 “처음 럭키를 발견했을 때는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럭키 II가 나오면서 폭풍이 만든 패턴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 아기 익룡 화석에서 확인된 날개 상완골 골절(빨간색 표시). 강풍에 의한 비틀림 손상으로 추정되며, 당시 폭풍의 위력을 보여준다. [사진=University of Leicester]

고대 폭풍이 아기 익룡의 죽음과 화석화를 어떻게 이끌었는지를 단계별로 보여주는 도식. 평상시 생활지(위), 폭풍으로 인한 집단 익사(중간), 석호 바닥에 매몰돼 화석화되는 과정(아래). [사진=University of Leicester]

이번 발견은 고대 생태계가 남긴 왜곡된 기록을 다시 읽게 한다. 잘름호펜 지층에서 보이는 어린 익룡 화석의 편중은 실제 생태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폭풍이라는 자연 재해가 만든 결과였던 것이다.

1억5천만 년 전의 격렬한 날씨는 당시 익룡들의 생사를 가른 동시에, 우리가 오늘날 확인하는 화석 기록의 모습을 결정지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Fatal accidents in neonatal pterosaurs and selective sampling in the Solnhofen fossil assemblage, Current Biology (2025). DOI: 10.1016/j.cub.2025.08.006www.cell.com/current-biology/f … 0960-9822(25)01037-1

자료: Current Biology / University of Leic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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