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기다리지 마라 : 기술 혁신의 숨겨진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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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이정동 교수의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기술의 발전이 단순한 개인의 천재성이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된다는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며, 기술의 탄생과 진화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분석한다. 저자는 기술이 사회적 산물로서 개인의 발명이나 영감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조건이 혁신적 기술을 추동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기술이란 개념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사회적 협력과 상호작용의 산물로 설명하며, 기술과 사회가 함께 진화하는 과정, 즉 공진화의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책은 기술 진화의 과정을 생물학적 진화에 빗대어 설명한다. 기술 역시 생물처럼 ‘생로병사’를 겪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술은 최초의 질문에서 출발해, 발전하고, 성숙하고, 결국은 새로운 기술에 의해 대체되면서 사라지는 일련의 과정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기술은 마치 생물의 진화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기존의 요소들을 재조합하며 발전한다. 이 책은 이러한 기술 진화의 다양한 법칙을 다루며, 조합진화, 굴절적응, 스몰베팅, 경험의 축적과 전수, 선적응과 분화, 생태계와 공생이라는 핵심 개념들을 소개한다.

특히 ‘조합진화’ 개념은 기술 진화의 본질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기술의 혁신은 갑작스런 천재적 영감보다는, 기존의 기술적 요소들을 재조합하고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이를테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까지는 전자기 이론, 곡률수학 등 다양한 기존 지식들이 필요했으며, 애플의 아이튠즈 역시 기존의 MP3 플레이어와 냅스터의 조합에서 비롯된 혁신이었다. 저자는 천재를 기다리는 대신, 우수한 조합의 재료들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혁신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시행착오와 개선을 거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기술 진화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대표적으로 다이슨의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의 탄생 이야기가 있다. 이 사례는 ‘최초의 질문’과 ‘스케일업’이라는 개념을 잘 보여준다. 다이슨은 먼지봉투를 사용하는 청소기의 불편함에서 출발해 이를 개선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이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개선을 거듭한 끝에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가 탄생했다. 이러한 과정이 바로 기술 진화의 본질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또한 기술의 생로병사 개념은 기술이 생물과 유사하게 새로운 기술에 밀려 사라지기도 하지만,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다음 세대 기술의 재료로 남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20세기 초 전기차와 가솔린차의 대결에서 가솔린차가 승리한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인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 인프라와 공급망, 그리고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솔린차 역시 언젠가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대체될 운명을 맞이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존 기술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

특히 기술과 사회의 상호작용, 즉 공진화에 대한 논의는 이 책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기술은 단순히 인간의 필요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조건과 상호작용하며 진화한다. 한편, 새로운 기술은 사회를 변화시키고, 다시 그 변화된 사회는 기술 진화의 경로와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이러한 공진화의 예로 인공지능(AI)의 발전과 그로 인한 사회적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다시 AI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제시한다.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는 기술이 생물처럼 진화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생물 진화와 기술 진화의 차이를 분명히 한다. 저자는 기술 진화에는 인간의 의지와 꿈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생물 진화는 환경에 의한 자연선택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기술 진화는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기술의 미래는 인간이 결정하며, 기술의 발전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인간 사회의 선택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이 책은 기술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술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고, 인간의 복지와 발전을 위한 도구로서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사회적 산물로 인식하고, 그 발전 방향을 주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정동 교수는 《기술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통해 기술이 우리의 삶과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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