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와인을 감별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최근 한 연구에서 쥐들이 실제로 두 가지 화이트 와인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후각보다 훨씬 예민한 쥐들이 와인의 향을 분석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복잡한 후각 정보를 처리할 수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 연구는 트렌토 대학, 링컨 대학, 런던 대학, 빈 대학의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했다. 연구진은 쥐들이 리슬링(Riesling)과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이라는 두 종류의 화이트 와인을 후각만으로 구별할 수 있는지 실험을 설계했다. 이를 위해 ‘go/no-go’ 방식의 후각 테스트를 적용했다.

먼저, 9마리의 수컷 실험 쥐들은 특정 냄새를 감별하는 훈련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한 가지 와인을 보상 자극(S+)으로, 다른 와인을 비보상 자극(S−)으로 지정한 환경에서 학습을 진행했다. 다양한 빈티지와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와인을 시향하며 학습한 후, 쥐들은 자동화된 냄새 전달 시스템이 장착된 실험실에서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실험실 내에서 쥐들은 코를 찌르거나 레버를 누르는 방식으로 특정 와인에 반응해야 했다. 올바른 와인을 선택하면 음식 보상이 주어졌고, 반대의 경우 타임아웃 페널티가 적용되었다. 연구진은 쥐들이 3회 연속 세션에서 80% 이상의 정확도를 유지할 때까지 훈련을 진행했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 시작되었다. 쥐들이 학습한 와인이 아닌, 새로운 빈티지의 동일 품종 와인을 제공했을 때도 같은 방식으로 구별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한 것이다.
연구 결과, 9마리의 쥐 모두 두 가지 와인 품종을 명확히 구별하는 능력을 습득했다. 특히, 대부분의 쥐들은 새로운 빈티지 와인에서도 학습된 범주를 일반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 분석 결과, 새로운 와인에서도 기존 학습된 와인과 비슷한 선택 패턴을 유지했으며, 이는 후각 정보가 단순히 특정 샘플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적인 범주로 인식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쥐들이 훈련된 와인의 94%를 정확히 감별했으며, 새로운 와인에 대해서도 65%의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와인에 대한 감별 능력이 더욱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피너츠(Peanuts)라는 이름의 쥐는 훈련 과정에서는 다른 개체들과 비슷한 성과를 보였지만, 실험 단계에서 예상 밖의 반응을 보였다. 다른 쥐들이 보상 자극(S+)을 선호한 반면, 피너츠는 비보상 자극(S-)에도 높은 반응률을 보이며 일반화 능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개체별 후각 처리 방식의 차이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후각을 이용한 복잡한 범주화 과정이 언어적 개입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도 냄새를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분석하고 학습할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개나 원숭이 같은 다른 포유류도 이와 같은 후각 구별 능력을 보이는지, 나아가 쥐들이 떼루아(포도 재배 환경), 와인 양조 방식, 원산지 차이까지 감별할 수 있는지 탐구할 예정이다.
어쩌면 미래에는 쥐 소믈리에들이 인간 소믈리에들처럼 와인의 향을 감별하고 평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김희원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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