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화학 공장’, 전지 안에서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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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전지는 필수 에너지 저장 장치로, 전자기기의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다. 손전등, 벽시계, 리모컨에서부터 스마트폰, 자동차, 태양광 패널까지, 전지는 어디에나 있다. 매우 간단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 전지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작은 화학 실험실처럼 놀랍기만 하다. 전지는 어떻게 전류를 흘리는 걸까?

전지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면 전지의 기원과 화학적 에너지 변환 메커니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지의 역사와 볼타의 기여

1799년, 이탈리아의 과학자 알렉산드로 볼타는 세계 최초의 전지를 발명하며 전기 저장과 사용의 시대를 열었다. 볼타의 전지는 금속판과 염수 용액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류를 생성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전지의 기본 원리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했다. 이 발명을 기리기 위해 전압의 단위는 그의 이름을 딴 볼트(V)로 명명되었다.

양극과 음극, 화학적 결합 통해 에너지 생성

전지는 양극(+)과 음극(-)이라는 두 화학 물질로 구성된다. 이 두 물질은 서로 만나기만 하면 큰 에너지를 내뿜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직접 만나게 하면 전지가 폭발하거나 한 번에 반응이 끝나버릴 수 있다. 그래서 전지 속에서는 이들을 분리해 놓고, 전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연결’해준다.

음극: 이곳에서는 산화 반응이 일어나 전자가 생성된다.
예를 들어, 음극 물질이 아연(Zn)이라면, 아연은 다음과 같이 반응한다:
Zn → Zn²⁺ + 2e⁻
아연 원자가 두 개의 전자를 내놓고 이온이 되는 것이다.

양극: 양극에서는 전자를 받아들이는 환원 반응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양극 물질이 구리(Cu²⁺)라면, 다음과 같은 반응이 일어난다:
Cu²⁺ + 2e⁻ → Cu
양극에서 생성된 구리 원자는 음극에서 오는 전자를 흡수한다.

전자의 이동, 전류의 본질

음극에서 만들어진 전자는 도선을 타고 양극으로 이동한다. 이 전자의 흐름이 바로 전류다. 왜 전자가 이동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음극과 양극 사이의 전위 차이(Voltage) 때문이다. 음극은 전자가 너무 많아 불안정한 상태로 전자를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 한다. 반대로 양극은 전자를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전위가 높은 음극에서 낮은 양극으로 이동하며,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전달된다. 마치 수압이 높은 곳의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처럼, 전자도 높은 에너지에서 낮은 에너지로 이동하는 것이다.

왜 전류는 거꾸로 간다고 할까?

재밌는 사실은 전류의 방향이 전자의 실제 이동 방향과 반대라는 점이다. 전류는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른다고 정의되는데, 이는 과학자들이 전류 개념을 정의할 때 전자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다. 나중에 전자의 발견으로 실제 방향이 드러났지만 오늘날에도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전지의 작동은 어떻게 이어질까?

전지는 내부에서 끊임없이 산화와 환원 반응이 일어나며 전자를 방출하고 흡수한다. 이 과정은 전해질(electrolyte)이라는 물질에 의해 보완된다. 전해질은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화학 반응이 원활히 일어날 수 있게 돕는다.
결국, 전지의 모든 과정은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기 위한 정교한 시스템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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