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초창기, 은하는 지금보다 훨씬 거칠고 역동적인 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서로 충돌하고 합쳐지며 내부에 엄청난 속도로 별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우리은하처럼 조용히 돌아가는 은하는 오히려 후대에 등장한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런 고대 우주의 흔적을 가까운 은하들 속에서 다시 발견했다. 이는 은하의 진화 과정을 되짚는 동시에 우리은하의 먼 미래도 예측하게 한다.
NASA가 주도한 전천 LIRG 관측(GOALS) 프로젝트는 이른바 강렬 적외선 은하(LIRG)와 초강렬 적외선 은하(ULIRG)를 대규모로 관측했다. 대부분 병합 단계에 있는 이 은하들은 내부에 별이 밀집 형성되는 거대한 클럼프들을 품고 있으며, 이 구조는 초기 우주의 은하 성장 방식과 직접 연결된다. 최근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의 적외선 관측으로 클럼프의 내부 구조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병합 은하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별 형성 클럼프
강렬 적외선 은하와 초강렬 적외선 은하는 현재 충돌 또는 병합이 진행 중인 은하들이다. 이 과정에서 성간가스가 강하게 압축되며 내부에 거대한 별 형성 영역, 즉 클럼프가 생성된다. 우리은하에서는 태양 질량의 천 배 규모 클럼프도 드물게 나타나지만, 이런 병합 은하에서는 태양 백만 개에 해당하는 질량의 클럼프가 수십만 개씩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밝기 차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원반형 은하에서는 별이 비교적 고르게 퍼져 태어나지만, 병합 은하에서는 중심부와 밀집 영역에서 별 생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가스 흐름이 은하 중심부로 유입되며 중력 붕괴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초기 우주에서 은하가 성장하던 주요 메커니즘과 동일하다.

관측 대상인 강렬 적외선 은하쌍으로, 두 은하는 이미 한 차례 서로를 통과한 뒤 현재 두 번째 접근 단계에 있다. [사진=Great Observatories All-sky LIRG Survey]

GOALS 관측에서 선정된 강렬 적외선 은하(LIRG)들의 모음. 이런 은하들은 초기 우주에서는 매우 흔했지만, 현재 가까운 우주에서는 드물게 발견된다. [사진=Great Observatories All-sky LIRG Survey]
초기 우주와 미래 은하 진화 연구의 연결고리
JWST의 고해상도 적외선 관측 덕분에 연구팀은 먼지에 가려졌던 클럼프 내부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기존 허블망원경 관측에서는 불가능했던 영역이다. 관측 결과는 은하 진화 시뮬레이션 예측과도 일치했다. 일반 은하에서는 작은 클럼프에서 주로 별이 형성되지만, 병합 시에는 대규모 클럼프에서 별 생성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이번 연구는 현재 우주에서도 초기 은하 구조와 유사한 환경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다. 더불어 약 수십억 년 후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은하가 충돌할 때 유사한 클럼프 형성과 급격한 별 형성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제시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관측이 은하 구조 변화와 별 탄생 과정 이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Astrophysical Journal
자료: University of Arizona / Hubble views the jellyfish galaxy JO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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