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고등동물)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觸覺 tactus) 5가지 감각을 가졌다. 촉각을 느끼는 부분(감각기관)은 피부이며, 그중에서도 손가락 끝의 표면이 유난히 민감하게 감각한다. 인간의 촉각은 개인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시각을 잃은 사람의 촉각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렵도록 민감하다.
인간의 피부감각에 대한 과학을 촉각학(haptics 햅틱스)이라 한다. 컴퓨터가 만드는 인공적인 감각의 세계 즉 가상현실에 대한 과학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한 이후, ‘디지털 촉각’(가상현실 촉각)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그에 대한 연구가 중요해졌다.
최고의 촉감은 손가락 끝
코로나가 유행했던 수 년 전, 친구들과 악수도 하지 못하고 아무 데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도 없었다. 옷이나 신발 등 필요한 것을 살 때도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 웹사이트를 찾아 홈쇼핑으로 구입하는 생활방식으로 변화했다. 무엇을 살 때, 손으로 만져보거나 실제로 작동시켜 보지 못하고 구매한다. 배달되어온 상품의 포장을 열었을 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봐 불안해 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구입하는 사람은 손에 들고 표면을 만져보면서 잘 익었는지 어떤지 판단해보려 한다. 바닷가에 나가면 우리는 백사장의 모래를 밟아보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얼마나 부드러운지, 거친지, 따듯한지, 촉촉한지 촉감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면서 즐긴다.
검진장비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의 의사들은 손가락 끝으로 환자의 맥박을 짚어보는(진맥診脈) 방법으로 많은 종류의 질병을 검진했다. 더 과거로 가면, 이조시대 왕궁의 시의(侍醫 왕족의 건강을 보살피는 의사)는 왕비의 건강을 확인할 때, 그녀의 손목에 감은 명주실을 문밖에서 손끝으로 붙잡고 검진했다고 한다.
스마트폰의 터치 스크린을 만질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까?” 하고 감탄한다. 그런데 인간의 촉감은 더 정밀하고 생리적 현상 또한 복잡하다. 피부나 손가락 끝에 뻗어 있는 신경세포(신경수용체 nerve receptor)가 받는 촉감은 신경전류가 되어 뇌의 중추신경으로 가고, 거기서 뇌가 상황을 판단한다. 표면이 부드러운가? 어느 정도인가? 어떤 상태로 거친가? 찌르는가? 바늘처럼 뾰족한가? 끈적거리는가? 미끄러운가? 온도는? 젖었는가 건조한가? 조금 눌렀을 때의 감촉은? 만지는 대상이 정지하고 있는가 움직이는가? 빠르기나 진동(振動)의 정도는 어떤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가? 등등 다양한 정보를 감각한다.

시카고대학의 과학자들이 손가락의 촉감에 따라 신경세포에서 어떤 전기신호가 발생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원통형 드럼에 감촉이 다른 온갖 천과 종이의 밴드가 붙어 있다. 흥미롭게 한글이 인쇄된 한지(韓紙)도 보인다.
신경과학과 ‘햅틱 과학’의 발전
인간의 감각에 대한 연구를 신경과학(neuroscience)이라 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인공적인 촉감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인간의 손끝(피부)이 느끼는 감각에 의해 발생하는 전기적 현상을 깊이 연구하게 된다면, 그 정보는 가상현실, 의수(義手)의 제작, 매장(賣場)에 가지 않고도 구매할 상품의 질감(質感)을 판단할 수 있는 ‘디지털 촉감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촉감장치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기술 분야를 ‘햅틱 테크놀로지’(haptic technology)라 한다.

손상된 이빨, 다리, 팔을 대신하도록 제작한 정교한 제품을 의치(義齒), 의족(義足), 의수(義手)라 하며, 이들 전체를 ‘보철’(補綴 prosthetics)이라 한다. 불운하게 의수를 사용해야 하는 사람의 의수가 건강한 손과 거의 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영화 <600만불의 사나이>는 보철과학의 미래모습이기도 하다.
병원이 먼 곳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디지털 감각 의료장비를 이용하여 환자를 진단하는 날이 오고 있다. 우주비행 중인 사람에게 병이 발생한다면 ‘디지털 감각 진단기’가 당장 필요할 것이다.
피부 전체에는 신경의 끝(신경말단 receptor)이 뻗어 있다. 특히 손가락의 지문이 있는 곳에 유난히 많은 신경말단이 분포한다. 인체의 피부 말단에는 기계적 감각을 느끼는 4종류의 감각세포가 분포한다.
그중에 패시니안 소체(Percinian corpuscle)라고 하는 것이 있다. 손으로 옷감을 만질 때는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어 본다. 양털, 인조털, 나일론, 면 등을 문질러보면 촉감이 서로 다르다. 이때 신경말단은 각 천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의 변화’를 다르게 감각하여 그것이 양털인지, 밍크털인지, 나일론인지 판단한다.
이때 뇌로 보내지는 전기신호는 ‘에너지 파’(wave energy)이다. 영국 버밍햄 대학의 앤드류스(J. W. Andrews)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2020년 10월에 발행한 <Science Advance>에서 이 에너지파를 레일리파(Rayleigh waves)라고 했다. 레일리파는 지진파의 한 형태이다.

피부 속에는 기계적인 감각을 판단하는 4종류의 신경말단이 분포해 있다. 머켈세포(Merkel cell), 루피니말단(Ruffini ending), 마이스너 소체(Meissner corpuscle), 패시니안 소체(Percinian corpuscle)가 그들이다. 이 4종의 신경말단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Outer layer of skin : 표피(表皮). Epidemal keratinocytes : 외각질층, Dermis : 내피
패시니안 소체의 감각 만으로는 느낌이 완전하지 못하다. 다른 3종류의 신경말단들은 서로 다른 감각을 하는 동시에 협력관계를 이루고 있다. 앤드류스와 동료 과학자들은 인간만 아니라 양, 개, 돌고래, 코뿔소, 코끼리 등 여러 포유동물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의수 보철공학의 발달
햅틱 테크놀로지가 발달함에 따라 섬세한 디지털 촉각 장치가 개발되고 있다. 머지않아 먼 곳에 있는 가족이나 연인을 실제처럼 느끼면서 손을 잡아보고 얼굴을 만지면서 포옹도 하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의 세계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거실에 앉아 가상현실 안경과 손으로 차의 의자 쿠션을 확인하고, 설치된 계기판과 시청각 장치의 다이얼을 움직여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원격치료(telemedicine)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전염병 때문에 병원 출입이 어려울 경우, 의사는 리모트 디지털 감촉장치(remote sensing equipment)를 이용하여 환자의 복부를 눌러보기도 하면서 몸 전체를 검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가까운 미래의 날을 향해 햅틱 과학자들은 손가락이 느끼는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고, 또한 디지털 정보를 다른 곳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의수의 인공피부에 부착된 인공감지기는 악수하는 상대의 손이 가진 감각을 자연 그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의수공학자들은 피부의 느낌을 전선 없이도 확인할 수 있는 방법까지 연구한다.

악수하는 힘의 강도는 자동으로 조정(피드백)된다.
코로나 팬데믹은 가상현실의 세상을 앞당겨 오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인간의 행동을 돕는 신경과학, 보철공학, 생체공학, 햅틱과학, 로봇공학 등은 하나로 연결되어 빠르게 발전하는 날을 맞았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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