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종류의 하이드로겔
겔(gel)이라 불리는 것들은 반고체상태이며, 단단한 정도가 상황에 따라 변하는 물질들을 말한다. 실험실에서 세균이나 조직배양액에 첨가하는 한천(寒天 우무 agar), 도토리묵, 아교, 젤리(jelly), 두부, 알로에(alloe) 젤 등의 물질은 반고체 상태이고 말랑말랑(교질膠質)하다. 그러나 이들의 원료는 고체 물질이고 여기에 다량의 물이 결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종류의 물질이 수분을 머금으면 반고체 상태로 변한다. 이런 성질을 가진 물질들을 총칭(總稱)하여 하이드로겔(hydrogel)이라 칭하는데, 이는 hydro(물)와 겔(gel, gellatin)의 합성어이다.
하이드로겔은 포함된 수분의 정도, 온도, 산도(酸度 Ph) 등의 조건에 따라 형태와 성질이 변한다. 생선이나 육류, 뼈다귀 등을 삶아 우려낸 물을 냉각시키면 반고체 상태의 기름덩이가 된다. 이를 콜라겐(collagen)이라 부르는데, 그 속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이 물 분자와 긴 사슬을 만들어 3차원 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고체이던 콜라겐은 온도를 높이면 액체로 변한다. 콜라겐 역시 하이드로겔의 하나이다. 하이드로겔젤(콜라겐)은 물과 매우 잘 결합하지만 물에 쉽게 녹아버리지는 않는다.
하이드로겔의 중요 용도
1. 하이드로겔은 인공적인 인체조직을 만드는 원료로 적합하다. 콘텍트 렌즈는 실리콘을 이용한 하이드로겔이다.
2. 스마트겔, 인텔리전트겔 등으로 불리는 하이드로겔 종류는 온도, 습도, Ph 등에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바이오센서(biosensor)로 이용한다.
3. 인체 조직과 친숙한 하이드로겔은 몸속 깊은 곳으로 의약을 운반하는 방법으로 쓰인다.
4. 물을 잘 흡수하므로 기저귀나 행주로 이용한다.
5. 형태를 마음대로 주물러 만드는 폭약 제조에 쓰인다.
6. 뇌파를 측정할 때 피부와의 접촉면에 전극으로 사용한다.
7. 쉽게 삼킬 수 있는 의약 제조에 활용한다.

비타민이나 기타 영양제들을 하이드로겔 상태로 만들기도 한다.
8. 가슴 성형 삽입물(揷入物)로 사용한다.
9. 온갖 접착제 제조에 쓴다.
10. 연고(軟膏) 상태의 의약과 피부 및 머리카락 화장품을 만들 때 편리하다.
11. 습기가 장시간 보존되므로 화상(火傷) 치료 연고로 적합하다.

하이드로겔에 항생제나 치료제를 침투시킨 화상 치료약은 쉽게 건조하지 않아 환부(患部)의 고통을 감소시킨다.
12. 전자장치와 결합하면 인체 내부에 넣는 탐지장치인 베리침(VeriChip, verify chip)을 만들 수 있다.
13.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손 소독에 사용하는 알콜 살균제를 쏟아지지 않게 반(反) 고형 하이드로겔로 생산하고 있다.
14. 화분이나 토양에 자동으로 물을 공급하는 용기에 담은 ‘하이드로겔 물’은 흙이 마르는 정도에 따라 빠져나간다.
이처럼 하이드로겔이라는 물질은 물과 잘 결합하여 고체에서 반고형으로, 반고형에서 고체로 쉽게 변할 수 있다. 이들의 주성분(主成分)은 물의 분자와 길게 결합(폴리머 polymer)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블로그에서 ‘폴리머’ 참조)

해파리(jellyfish)의 몸을 구성하는 젤리는 섬유성 단백질로 이루어진 콜라겐(collagen)의 일종이다. 식용하는 해파리 냉채는 해파리를 말린 하이드로겔이다. 냉채는 물에 녹지 않지만 소화액을 만나면 곧 분해된다.
달팽이 몸에서 발견된 초강력 ‘접착 하이드로겔’
온갖 종류의 합성 접착제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약 1세기 전만 해도 대부분의 접착제는 자연산이었다. 쇠가죽을 진하게 고은 아교(阿膠 glue)는 강력한 접착제의 하나이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사용되던 ‘자연 하이드로겔’의 하나이다.
생명공학자들은 해변 바위에 붙어사는 따개비의 몸에서 분비되는 접착물질이나 조개의 근육과 껍데기 사이의 접착 성분 등을 연구하여 물속에서도 단단히 붙는 초강력 인공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다. 2019년 7월,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화학공학자 슈양(ShuYang)과 그의 연구 팀은 학술지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달팽이의 몸에서 발견한 새로운 ‘강력 접착 하이드로겔’에 대해 발표했다.
생활하다 보면, 어떤 이유인지 유리가 서로 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유리에 물을 적셔주면 슬그머니 쉽게 떨어지기도 한다. 아마도 유리와 유리 사이에 어떤 하이드로겔 성분이 묻어 있었는지 모른다.

달팽이는 한낮이 되어 주변이 건조해지면 습기가 많은 자리를 찾아가 그곳에서 반유동성 점액을 분비하여 자신의 몸과 껍데기 입구 전체를 덮는다. 그 액체가 건조해지면 달팽이 주변은 단단하면서 반짝이는 투명막으로 덮인다. 이 막을 에피프램(epiphram)이라 하는데. 에피프램은 달팽이의 몸에서 수분이 탈출하는 것을 막아준다.
슈양은 에피프램이 건조되면 달팽이의 껍데기가 부서지더라도 접착면에 단단히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는 에피프렘이 강력한 하이드로겔 접착물질이기 때문이었다. 저녁이 되어 습도가 높아지면 에피프램은 유연해지면서 접착성도 사라져 평소처럼 미끄러지며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달팽이의 ‘에피프램 하이드로겔’을 발견한 슈양은 펜실베이니아 레이 대학의 생명공학자와 함께 이 물질의 성분하이드로겔을 바르고, 여기에 끈을 붙여두고 건조시켰다. 완전히 말랐을 때, 천정의 끈에는 체중 87kg의 사람이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았다.

우표 2장 넓이의 에피프램 접착제에 연결된 밧줄에 매달린 사람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달팽이의 에피프램 하이드로겔 역시 물을 적시면 금방 접착력이 사라진다. 우표의 접착제는 일단 물이 마르고 나면 적셔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드로겔 접착제’는 물을 적시기만 하면 저항 없이 금방 떨어진다. 달팽이의 하이드로겔 성분은 머지않아 인공 강력접착제로 개발되어 나올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하이드로겔은 반투명한 액상의 물질이면서 그 종류가 많고, 종류마다 독특한 성질과 용도가 있으며, 3D프린팅 원료로 사용하여 어떤 형태로든 만들기 편리하기 때문에 이들을 스마트 물질(smart materials) 또는 ‘스마트 겔’이라 부르게 되었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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