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에서 구리를 생산하는 혁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한 생물채광법이다. 이 기술은 전통적인 채광 방식을 뛰어넘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원 활용의 지평을 열고 있다.
칠레는 세계 최대의 구리 수출국으로, 수출 총액의 약 70%를 차지하며 구리 산업의 중심에 있다. 칠레의 주요 구리 산지는 안데스산맥 서쪽에 위치한 아타카마 사막으로, 이곳은 세계에서 건조한 사막으로 꼽힌다. 이러한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구리, 금, 은, 철, 리튬 등 다양한 광물이 매장되어 있어 세계 각국의 광산회사들이 채광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광물 자원의 보고, 아카타마 사막
아타카마 사막(면적 105,000㎢)은 300만 년에 걸쳐 형성된 지구상 가장 오래된 사막 중 하나다. 암석과 소금호수로 이루어진 이곳은 NASA가 화성 탐사 실험을 진행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사막에는 구리, 금, 은, 리튬 등 희귀 광물이 대량 매장되어 있어 글로벌 광산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질산나트륨(NaNO3, 칠레초석)의 주요 산지로 유명하다.

전통 채광의 한계, 생물 채광의 도입
구리 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기존의 채광 방식은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환경에 큰부담을 준다. 구리광석을 채굴하고 분쇄한 후, 황산과 같은 유독한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고온에서 제련하는 기존 방식은 엄청난 양의 전력과 화학물질을 소비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구리 함량이 높은 광산은 고갈되고, 점차 함량이 1% 이하인 광석까지 채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경제성이 크게 낮아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칠레에 설립된 바이오시그마(Biosigma)는 생물채광 기술을 활용하여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오시그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생물채광 벤처 회사 중 하나로, 구리광석 가루에 구리 박테리아를 섞어 배양하는 거대한 바이오리액터(bioreactor)를 이용하여 90%의 순도를 가진 구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은 전통적인 방법에 비해 비용과 환경 부담을 크게 줄인다.
생물 채광의 원리와 미래
생물채광은 특정 박테리아가 광석에서 구리 성분을 분리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구리 박테리아는 산소와 이산화탄소만으로도 생존하며, 여러 원소가 섞인 광석에서 구리만 선택적으로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는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생겨나는 물질(ADP)을 활용한다. 생물채광은 구리 함량이 0.3%에 불과한 광석에서도 경제적으로 구리를 추출할 수 있어, 기존 채광 방식의 경제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세계 구리 생산량의 20% 이상이 생물채광법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 기술은 칠레를 비롯해 미국, 남아프리카, 브라질, 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국가에서 적용되고 있으며, 금과 구리 외에도 철, 아연, 우라늄, 희유원소 등을 분리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생물채광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자연 상태의 광산 전체를 바이오리액터로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실현되면 채굴과 분쇄 과정을 생략하고, 박테리아를 이용해 자연 상태에서 광물을 분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와 희유원소 생산
생물채광 기술은 광물 채굴뿐 아니라 금속 폐기물 처리와 희유원소 생산에도 유망하다. 금속 가공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미생물을 증식시켜 유용한 광물을 재생산하는 방식은 자원 재활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특히 첨단 전자제품과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희유원소는 매장량이 적고 순수하게 분리하기 어려워 고가의 물질로 분류된다. 이를 생물채광으로 추출하는 기술은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