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나도 예상치 못한 이산화탄소가 대량 발생한다. 화력발전소, 제련소, 시멘트 공장의 굴뚝에서는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다. 대규모 산업시설에서 방출되는 연기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CO2)를 화학적 방법으로 탄소와 산소로 변화시킨다면, 온실가스 대신 검은 탄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화학반응을 인위적으로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이산화탄소를 분해하여, 탄소는 귀중한 자원(資源)으로, 산소는 산소대로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연구를 오스트레일리아 로열 멜버른 연구소의 화학공학자들이 하고 있다.

산업시설의 굴뚝으로 방출되는 연기 속의 이산화탄소만을 제거해도 온실가스는 절대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전 지구적인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는다.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아무리 협의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희망적인 방안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몇 해 전, 어떤 과학자는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고체 상태(드라이아이스)로 만들거나 고압으로 압축하여 폐광산이나 원유(천연가스 포함)를 퍼낸 지하의 빈 공간에 저장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자면 엄청난 비용(에너지)이 드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진이나 저장 공간의 파손으로 시설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압축해둔 이산화탄소가 일시에 지상으로 다시 나오게 될 위험이 있다.
2022년 1월 17일 자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발표된 멜버른 연구소 화학자들의 새로운 연구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들은 액체금속(molten metal)에 대해 주로 연구해온 과학자들로서, 논문에서 그들은 액체금속을 촉매로 사용하여 CO2를 C와 O2로 쉽게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철, 구리, 아연 등의 금속은 상온에서 전부 단단한 고체이다. 고체 금속들은 서로 만나더라도 화학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금속끼리 결합시켜 합금(合金)을 제조하려면 반드시 고열로 녹인 액체 상태여야만 한다. 또한 합금을 만들 때는 화학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온갖 촉매제를 사용한다.
상온에서도 액체인 금속
수은이라는 금속이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원소주기율표를 보면, 알루미늄이 속하는 13족에 갤리엄(gallium 갈륨), 인듐(indium)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금속들은 화학적 성질이 서로 닮았다. 그런데 갤리엄은 알루미늄과 달리 상온(常溫 15℃)에서 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무른 금속이며, 온도가 29.8℃만 되어도 액체로 변한다.

갤리엄을 손에 쥐고 있으면 녹아 흘러내린다. 반면에 갤리엄의 끓는 온도는 2,204℃에 이른다. 그러므로 갤리엄은 29.8℃ – 2,204℃ 사이에서 액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온에서 액체인 금속을 액체금속이라 하고, 여기에는 수은, 세슘, 루비듐, 프랑슘이 포함된다.
멜버른 연구소의 화학자들은 이런 갤리엄에 인듐(원자번호 49)을 혼합하여 합금(alloy)을 만들었다. 인듐 역시 13족에 속하며, 녹는 온도가 156.6℃일 정도로 저온에서 액체가 되는 금속이다. 그들이 새롭게 만든 갤리엄-인듐 합금은 액체금속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멜버른 화학자들은 액체 상태인 갤리엄-인듐 합금을 시험관에 넣고, 그 속으로 이산화탄소 기포를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시험관 위로 검은 탄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실험을 통해 화학자들은 합금이 CO2를 C와 O2로 분리시키는 촉매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때 시험관 위로 떠오른 검은 입자는 고체 상태의 탄소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멜버른 연구소의 화학자인 주라이퀴(Karma Zuraiqi)가 액체 상태의 갤리엄-인듐 합금을 시험관에 담고 있다. 이 시험관에 이산화탄소를 불어넣자 액체의 합금 위에 검은 탄소 입자가 떠올랐다. 이것은 CO2의 O2가 갤리엄과 결합(Ga-O2) 하게 되면서 C만 분리된 것을 나타낸다.
이어서 연구자들은 갤리엄과 결합하고 있는 산소가 서로 분리되도록 하자, 갤리엄-인듐 합금만 본래 모습으로 남았다. 그러므로 이 합금은 다시 ‘탄소 분리 반응’에 이용할 수 있었다. 이런 화학반응은 매우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일어났다. 또한 이번 실험은 열을 가하지 않고 상온에서 이루어졌다. 실험 후에 갤리엄-인듐 합금은 그대로 남아있으므로, 합금은 계속 촉매제로 이용할 수 있었다.
계속하여 연구자들은 같은 실험을 200-400℃의 고온 조건에서 했다. 결과는 반응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상온에서도 이 반응은 잘 일어났다. 만일 산업적으로 300℃ 정도의 높은 온도에서 이 화학반응을 일으키려면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열(廢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감축 대규모 시설
이처럼 연기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소만 분리하는 실험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원리를 공장 굴뚝에서 실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화력발전소나 시멘트 공장의 굴뚝으로 분출되는 연기를 갤리엄-인듐 합금이 잔뜩 담긴 대규모 시험관 속으로 통과시키면, 탄소는 시험관 위로 떠오르고, ‘녹색 굴뚝’(green smokestack)으로는 산소만 배출될 것이다.
멜버른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다시 작은 공장 규모의 실험을 시작했다. 이제 그들은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험관 위로 분리되는 순수한 탄소를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녹색 굴뚝에서 분리해낸 탄소는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 중요한 지하자원의 하나인 흑연(黑鉛 graphite)은 탄소만으로 이루어진 결정체로서, 매년 100만 톤 이상 지하에서 채굴하여 이용하고 있다. 탄소는 건전지의 전극, 연필심, 태양전지판, 다이아몬드 제조, 흑색 도료, 불순물 제거 필터 등 용도가 매우 많은 소재이다.

탄소는 단단한 강철(탄소강)을 생산할 때 약 2% 정도까지 혼합하고 있다. 비행기, 자동차, 보트 등의 동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강하면서 가벼운 신소재 역시 탄소섬유가 원료이다.
멜버른 연구소의 성공으로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촉매제로 사용할 갤리엄과 인듐을 경제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연구 팀 가운데 한 사람은 이런 말을 한다. “나에게는 연구 자체가 중요하고 즐거움이다.” – 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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