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상하부 인슐린 신호 관련 유전자(IRS2) 감소 → 인지기능 저하 연관
- 염증 반응 유전자(STAT3) 증가 → 만성 염증 경로 활성화
- 유익균(Clostridium) 감소, 대사질환 관련 균주 증가
- 정서불안, 세로토닌 불균형, 신경계 기능 이상 가능성 제기
체중 감량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고지방 식단, 이른바 ‘키토제닉(ketogenic) 식단’은 지방 섭취를 극단적으로 늘리고 탄수화물은 거의 제한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최근 동물 실험에서는 이러한 고지방 식단이 뇌 기능과 정신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생쥐에게 15주 동안 고지방 식단(HFD)을 제공한 뒤, 체중 증가뿐 아니라 공포 자극에 대한 과도한 반응, 이른바 ‘얼어붙기(freezing)’ 행동이 빈번하게 나타난 것을 관찰했다. 이는 스트레스와 불안 수준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뇌 시상하부에서 인슐린 신호에 관여하는 유전자(IRS2)는 발현이 감소했고, 염증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STAT3)는 증가했다. IRS2의 감소는 뇌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STAT3의 증가는 만성 염증 경로를 활성화한다. 이 같은 변화는 고지방 식단이 단순한 대사 문제를 넘어서 뇌 신호 전달 체계 자체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내 미생물 균형 붕괴, 정서와 인지 기능에 연쇄 영향
장내 미생물군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고지방 식단을 섭취한 생쥐의 장내에서는 유익균인 클로스트리디움 속이 감소했고, 대사 질환과 관련된 단쇄지방산(SCFA) 생성균이 증가했다. 장내 미생물은 단순한 소화기계 요소가 아니라, 신경 전달물질 생산, 면역 반응 조절, 뇌와의 상호작용(장-뇌 축)에 직접 관여하는 기능을 갖는다. 미생물 조성의 불균형은 세로토닌 분비 감소, 스트레스 과민 반응,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이나 뇌가 활발히 발달 중인 연령층에서는 이러한 영향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즉, 고지방 식단은 뇌와 장이라는 별개의 기관을 동시에 교란하면서, 정서 불안정, 집중력 저하, 인지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뇌의 신경 회로까지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한 식이 조절이 전신적 생리 기능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실험에 사용된 식단은 전형적인 키토제닉(ketogenic) 식단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키토제닉 식단은 고지방뿐 아니라 극단적 저탄수화물 섭취를 병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키토식’이라는 이름 아래 탄수화물은 거의 배제한 채, 고지방 위주의 식사를 장기간 유지한다. 그 과정에서 채소 섭취는 줄고, 섬유질과 미량 영양소는 결핍되며, 결과적으로 대사 이상뿐 아니라 뇌와 장 기능 이상까지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조지아주립대 연구는 고지방 식단이 인체의 대사계, 신경계, 면역계를 동시에 교란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며, 이로 인해 체중 감량의 대가로 인지 기능 저하와 정신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단기적인 유행 식단에 따라 체중을 줄이는 일보다, 장기적인 뇌 기능과 정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Obesity associated with anxiety and cognitive impairment in mice / A High-Fat Diet Could Be Altering Your Behavior and Not Just Your Waist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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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hought on “고지방 식단, 뇌와 장 기능까지 무너뜨린다···불안·인지장애 위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