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나 벌과 같은 사회성 곤충은 개별 개체의 생존보다 군집 전체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유지한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화학적 결속력을 통해 거대한 요새를 구축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견고한 사회를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치명적인 화학적 변수가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흰개미 군집 내의 특정 화학적 변화가 어떻게 사회 시스템의 연쇄 붕괴를 초래하는지 그 과정을 명확히 규명했다. 이번 흰개미 군집 파괴 연구는 사회성 곤충의 생존 전략 속에 숨겨진 의외의 약점을 드러낸다.

요산의 역설, 항산화 작용이 부른 면역 시스템의 침묵
연구의 핵심은 흰개미 체내에서 배설물로 처리되어야 할 요산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실험 결과 일벌의 체내 요산 수치가 높아지면 요산 특유의 항산화 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생체 방어에 필수적인 활성산소종(ROS)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연구진은 요산 수치 상승이 병원균에 대항해야 할 면역 반응을 무력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군집을 지탱하는 일벌들이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흰개미 군집 파괴가 시작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 항산화제가 독이 된 순간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사회성 곤충의 면역학적 이해를 뒤집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유익하다고 알려진 항산화 작용이 오히려 면역력을 약화시켜 군집 전체를 감염성 질환의 위험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제이콥 연구원은 이 현상이 흰개미를 비롯해 개미나 꿀벌 등 다른 사회성 곤충 종에서도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흰개미 군집 파괴는 단순히 개체의 죽음이 아니라, 화학적 불균형이 초래한 사회적 안전망의 실종을 의미한다.

사회성 곤충 전반으로 확장되는 연구의 가치
연구팀은 요산의 항산화 작용이 오히려 면역력을 약화시켜 군집 전체를 감염성 질환의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을 규명했다. 코니시와 그의 동료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른 사회성 곤충, 특히 개미와 꿀벌에 초점을 맞춰 유사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이 관찰한 과정이나 유사한 메커니즘이 다른 종의 생존을 어느 정도 위협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흰개미 군집 파괴 연구 성과는 보이지 않는 화학적 신호가 거대 곤충 사회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짓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활성산소종(ROS): 체내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분자로, 수치가 낮아지면 외부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이 상실된다.
흰개미 군집 파괴: 요산 축적에 따른 면역력 약화가 군집 전체의 구조적 붕괴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손동민 에디터 / hello@sciencewave.kr
자료: Phys.org
제공: 사이언스웨이브 (https://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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