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하는 블랙홀, 시공간 비틀다…사상 첫 ‘프레임 드래깅’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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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회전하는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끌어당겨 비트는 현상, 이른바 ‘프레임 드래깅(frame dragging)’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중국과 영국 연구진은 별이 블랙홀에 접근했다가 찢어지는 폭발적 사건 AT2020afhd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별의 잔해가 만든 원반과 초고속 제트가 약 20일 주기로 흔들리는 패턴을 발견했다.

AT2020afhd는 2020년 발견된 조석교란현상(Tidal Disruption Event) 중 하나로, 별이 산산조각 나면서 블랙홀 주변으로 말려 들어가는 과정이 뚜렷하게 드러난 사례다. 연구진은 이 규칙적 흔들림이 회전하는 블랙홀이 시공간 자체를 끌어당기며 일으키는 효과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프레임 드래깅 모델과 X선·전파 신호의 변화 그래프
위쪽 도식은 블랙홀을 중심으로 원반과 제트가 기울어진 채 회전하며 관측자에게 보이는 방향이 주기적으로 달라지는 구조를 단순화해 보여준다. 블랙홀이 빠르게 회전할 때 주변 시공간까지 함께 끌려 돌기 때문에, 제트의 방향과 원반의 기울기가 일정한 리듬으로 변한다는 개념을 표현한 그림이다.

아래 그래프는 실제 관측된 전파(보라색)와 X선(노란색) 밝기 변화를 시간에 따라 표시한 것으로, 두 신호가 약 20일 간격으로 동시에 오르내리는 반복 패턴을 보여준다. 이 주기적 흔들림이 바로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뒤틀어 물질의 움직임을 바꾸는 프레임 드래깅의 직접적 관측 증거로 해석된다.

프레임 드래깅은 쉽게 말해 회전하는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함께 돌리는 현상이다. 마치 물 속에서 회전하는 스푼이 주변 물을 끌어당겨 소용돌이를 만들듯, 블랙홀의 빠른 회전이 주변 물질의 궤도 방향과 기울기를 바꾼다. 연구진은 X선 관측위성 스위프트와 전파망원경 VLA 데이터를 결합해 원반과 제트가 동시에 흔들리는 신호를 추적했다. 기존 조석교란현상에서는 볼 수 없던 짧은 주기의 변동이 반복되며, 블랙홀이 시공간을 비틀어 주변 물질을 ‘흔들어 놓는’ 작용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별의 잔해가 단순히 밝게 빛나는 수준을 넘어, 블랙홀의 회전과 시공간 구조가 물질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준 첫 관측 사례다.

블랙홀 주변 원반이 흔들리는 모습을 단계별로 표현한 그림
이 그림은 별이 찢긴 뒤 남은 물질이 블랙홀 주변에 원반을 이루는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원반의 안쪽 부분이 기울어지며 ‘흔들리는(wobbling)’ 모습은 회전하는 블랙홀이 주변 시공간을 비틀어 끌어당기는 프레임 드래깅(frame dragging) 효과의 직관적 표현이다.
a–c 단계는 원반이 20일 주기의 리듬을 따라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실제 관측된 변화 패턴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이미지다.

이번 발견은 1910년대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측하고, 1918년 Lense와 Thirring이 수식으로 정립한 현상을 처음으로 실제 천체에서 확인한 결과다. 블랙홀이 얼마나 빠르게 회전하는지, 물질이 어떤 경로로 빨려 들어가고 어떤 조건에서 제트가 형성되는지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관찰 창이 열렸다. 연구진은 “이번 관측은 회전하는 블랙홀이 만들어내는 시공간의 뒤틀림을 직접 보여주는 보기 드문 기회”라며, 향후 다양한 별 파괴 사건(TDE)을 통해 블랙홀 물리의 세부 구조를 더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Yanan Wang et al, Detection of disk-jet coprecession in a tidal disruption event, Science Advances (2025). DOI: 10.1126/sciadv.ady9068

자료: 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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