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표면 아래 최대 20km 깊이에 행성 전체를 1.6km 깊이로 덮을 수 있을 만큼 방대한 액체 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UC 버클리 연구팀은 NASA 인사이트(InSight) 착륙선이 수집한 지진파 데이터를 지구에서 지하수나 석유 매장지를 찾을 때 쓰이는 컴퓨터 암석 물리 모델로 분석해, 깊은 지하에 걸쳐 갈라진 화성암 틈이 액체 물로 포화돼 있는 층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생명과 과거 바다 흔적을 품은 물층
이번에 확인된 물층은 단순한 수자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연구팀은 이 거대한 저장소가 생명체의 서식 가능성과 화성의 물의 역사를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본다.

연구팀은 이 물층이 두 가지 중요한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한다. 첫째, 지하 깊은 환경은 표면보다 방사선과 온도 변화가 적어 미생물이 살아남을 수 있는 안정적인 서식지가 될 수 있다. 둘째, 과거 화성의 바닷물이 모두 증발했다는 기존 가설을 수정해, 상당량이 암석층 균열을 통해 지하 깊숙이 스며들어 오늘날까지 보존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화성은 약 30억 년 전 한쪽 반구에 바다가 펼쳐질 정도로 물이 풍부했으나,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대기가 태양풍에 소실되고 표면의 물이 대부분 우주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 시기의 물 중 일부가 사라지지 않고 지하 깊은 곳에 남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참여한 바션 라이트 전 UC 버클리 박사후 연구원은 “화성의 물 순환을 이해하는 것은 기후, 표면, 내부 진화를 파악하는 데 핵심”이라며 “우선 물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를 아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자료=James Tuttle Keane & Aaron Rodriquez]
기술 한계, 거대 수자원 활용은 먼 미래
이번에 확인된 대수층은 지구에서도 채굴이 쉽지 않은 11.5~20km 깊이에 걸쳐 분포한다. 참고로 지구에서 기록된 석유·가스 시추의 최대 깊이는 약 12km로, 이를 넘는 깊이에 도달한 사례는 없다. 화성에서는 이러한 초심도 시추가 더욱 어렵다. 표면 대기압이 매우 낮고, 낮과 밤의 기온 차가 극심해 시추 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모래폭풍과 먼지 축적, 에너지 공급 문제도 장기간 작업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 방대한 물 자원은 향후 수십 년간 ‘잠재적 자원’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실질적으로 활용하려면 초고심도 시추 장비, 장기간 작동 가능한 화성 전용 에너지 시스템, 시추공 내부 압력 유지 기술, 채굴한 물을 지표까지 안정적으로 끌어올리는 수송·저장 기술이 모두 확보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술이 화성 환경에서 통합적으로 작동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과학적 발견의 의미와 달리 실질적 이용은 먼 미래의 과제로 남아 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