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내부에서 지구와 닮은 고체 내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NASA 인사이트(InSight) 탐사선이 기록한 화진동 자료를 정밀 분석한 결과이며, 이번 발견은 화성이 과거에 어떤 환경을 지녔는지, 그리고 왜 오늘날과 같은 황량한 행성으로 변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가 된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화성 핵은 액체’ 뒤집는 고체 구조 확인
지구의 핵은 반경 약 1,220km의 고체 내핵과 이를 둘러싼 액체 외핵으로 구성된다. 외핵은 철과 니켈이 녹아 흐르는 뜨거운 영역으로, 그 안에서 발생하는 대류 운동이 ‘지구 다이너모’를 형성한다. 이 다이너모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내 태양풍의 직접적인 공격을 막고, 수십억 년 동안 대기를 보존해 왔다. 지구가 여전히 숨 쉴 공기와 흐르는 물을 유지하는 것은 이 자기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방패 덕분이다.
그동안 화성의 핵은 전체가 액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인사이트 탐사선이 포착한 지진파를 새롭게 분석한 결과, 화성 중심부에는 반경 약 610km의 고체 내핵이 자리 잡고 있었고, 그 바깥을 액체 외핵이 감싸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화성이 과거 지구와 마찬가지로 자기장을 지녔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며, 현재 남아 있는 고대 하천 지형과 건조한 호수 바닥, 물속에서만 형성될 수 있는 광물 흔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문제는 이 자기장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화성의 내핵이 냉각되고 대류 활동이 약화되면서 다이너모가 멈췄다고 본다. 자기장이 소멸하자 태양풍이 화성 대기를 서서히 벗겨냈고, 물도 표면에서 사라졌다. 오늘날 화성이 보여주는 메마른 사막 같은 풍경과 희박한 대기는 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다. 고체 내핵의 존재는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증거다.

행성의 운명은 자기장에 달려 있다 ‘생명의 조건’
이번 발견은 행성의 크기와 내부 에너지가 자기장의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 대기와 물의 보존에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구는 충분한 크기와 뜨거운 핵 덕분에 자기장을 유지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켜왔지만, 작은 화성은 이를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이 차이가 두 행성의 운명을 갈랐으며, 이번 결과는 향후 태양계와 외계 행성의 거주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행성 내부 동력학이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Huixing Bi et al, Seismic detection of a 600-km solid inner core in Mars, Nature (2025). DOI: 10.1038/s41586-025-09361-9
자료: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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