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마커 기술이 진단의 속도와 정확도를 새롭게 쓰고 있다. 혈액 한 방울만으로 에볼라, 코로나19, 라임병, 에이즈 등 다양한 신종 감염병을 15분 이내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 연구진은 금 나노입자 기반 센서를 이용해 극미량의 병원체 신호를 잡아내는 ‘나스레드(NasRED, Nanoparticle-Supported Rapid Electronic Detection)’ 장치를 개발했다고 12일 ACS Nano에 발표했다. 이 장치는 검사당 약 2달러로 저렴하고 휴대가 간편해, 실험실 인프라가 없는 원격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기존 실험실 분석보다 최대 10만 배 빠르게 표적 분자를 검출한다”고 밝혔다.

같은 피검사지만 다른 차원… 바이오마커 기술의 확장
혈액 한 방울로 병을 진단하는 원리는 오래전부터 의료 현장에서 쓰였다. 하지만 전통적인 혈액검사는 주로 혈구 수치, 간·신장 기능, 염증 반응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용도로 제한됐다.
바이오마커(biomarker) 기반 혈액검사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혈액 속 극미량의 특정 단백질·유전자 조각·대사물질을 표지자로 삼아, 질병이 본격적으로 발병하기 전 단계의 신호까지 잡아낸다. 즉, 같은 ‘피검사’지만 목적·검출 대상·민감도·활용 범위가 전혀 다르다.
| 구분 | 전통적 혈액검사 | 바이오마커 기반 혈액검사 |
|---|---|---|
| 목적 | 전반적 건강 상태 점검 | 특정 질병의 존재·진행·재발 위험 조기 탐지 |
| 검출 대상 | 혈구·효소·대사물질 등 비교적 농도 높은 지표 | p-tau, ctDNA, 특이 단백질·대사물질 등 극미량 표지자 |
| 진단 시점 | 증상 발현 전 조기 탐지는 어려움 | 증상 전 단계·극초기 변화 포착 가능 |
| 분석 속도·장소 | 검사실 분석, 수시간~수일 | 휴대형 기기로 현장 10~15분 내 결과 |
| 활용 분야 | 건강검진, 전신 상태 파악 | 치매·암·감염병·심혈관질환·패혈증 등 정밀 진단 |
| 결과 활용 | 이상치 발견 시 추가검사 권고 | 질병 특이 신호로 치료 결정·추적 모니터링 직접 반영 |
감염병에서 치매·암까지 확장
바이오마커 기술은 현재 감염병을 넘어 치매, 암, 심혈관질환, 패혈증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 알츠하이머병: Lumipulse® G pTau217/β-Amyloid 1-42 혈장 비율 검사는 PET·뇌척수액 검사 없이도 민감도 92%, 특이도 97%로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p-tau217 농도가 질병 진행 속도 예측에도 유용하다고 보고됐다.
- 암: 환자 맞춤 패널을 활용한 ctDNA ‘Tumor-informed MRD’ 검사는 대장암 수술 후 재발 위험을 12배까지 정확히 예측하며, 민감도·특이도 모두 90% 이상이다.
- 심혈관질환: 고감도 트로포닌 I/T 검사는 심근경색을 발병 2~4시간 내에 잡아내 기존 대비 2배 빠르다.
- 패혈증: 프로칼시토닌(PCT)은 세균성 감염에 특이적으로 반응해 조기 치료 개시를 가능하게 한다.
| 분야 | 대표 바이오마커·기술 | 성능/활용 현황 | 출처 |
|---|---|---|---|
| 알츠하이머병 | Lumipulse® G pTau217/β-Amyloid 1-42 | 민감도 92%, 특이도 97% | FDA·AAIC 2025 |
| 암 재발·잔류암 | Tumor-informed ctDNA | 재발 위험 12배↑, 민감도·특이도 90%↑ | Nat. Cancer |
| 심혈관질환 | 고감도 트로포닌 I/T | 발병 2~4시간 내 검출 | JAMA Cardiol. |
| 패혈증 | 프로칼시토닌(PCT) | 세균성 감염 특이 반응 | Crit Care |
전문가들은 바이오마커 기반 혈액검사가 “질병을 찾는 시계”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한다. 발병 후 대응하는 ‘사후 진단’에서,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해 예방과 조기 치료로 이어지는 ‘선제 의료’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검사 장비의 휴대성과 속도가 향상되면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정밀 진단이 가능해졌다. 감염병 확산 초기 대응, 고위험군 모니터링, 암 재발 추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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