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없는 줄 알았던 원반, 가이아와 ALMA가 거대 행성 존재 첫 확인

완전히 비어 있는 줄 알았던 어린 항성의 원반. 그 안쪽 깊은 가스와 먼지 속에서, 목성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거대한 외계 행성이 숨어 있었다. 인류는 처음으로 원반 내부에 감춰진 행성을 간접적으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젊은 별 MP Mus(또는 PDS 66)의 주변에서 이 행성을 발견했다. 유럽우주국(ESA)의 정밀 위치 측정 위성 가이아(Gaia)와 칠레의 ALMA 전파망원경을 결합한 관측으로, 가이아가 원시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 내부의 외계 행성을 간접적으로 탐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 결과는 2025년 7월 『Nature Astronomy』에 게재됐다.

평면처럼 보였던 원반, 내부에 구조 존재

MP Mus는 지구에서 약 370광년 떨어진 젊은 항성으로, 나이는 700만~1천만 년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의 별은 일반적으로 원시 원반 속에서 행성 형성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023년 ALMA의 초기 관측에서는 원반이 구조 없이 평탄하게 나타났고, 행성 형성의 전형적인 특징인 간극이나 고리는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후 3mm 대역의 더 긴 전파로 원반을 재관측했다. 이 파장은 원반의 더 깊은 층을 들여다볼 수 있어, 중심부의 원형 공동(cavity)과 외곽의 두 개 간극(gap)이 새롭게 포착됐다. 이는 질량을 가진 천체가 물질을 치우며 형성 중일 때 나타나는 구조로 해석된다.

미세한 흔들림, 숨어 있던 행성의 증거

같은 시기 유럽남방천문대(ESO)의 미겔 비오케는 가이아 위성의 고정밀 위치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MP Mus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를 발견했다. 항성이 진동하듯 움직이는 이 ‘웁(wobble)’은 행성의 중력 영향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현상이다.

MP Mus에 동반 행성이 없다는 기존 관측 결과로 인해 비오케는 자신의 분석이 오류일 가능성을 의심했으나, 리바스 박사가 내부 공동 구조를 발표하면서 두 관측 결과는 서로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가이아와 ALMA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 끝에, 질량이 목성의 3~10배에 이르는 가스형 행성이 항성에서 약 13AU 떨어진 거리에서 공전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원반 속 행성, 간접 탐지의 첫 성공 사례

이번 연구는 가이아의 위치 진동 신호와 ALMA의 장파장 전파 관측 데이터를 결합해, 원시행성계 원반 내부의 행성을 간접적으로 식별한 첫 사례다. 지금까지 원반 안에서 실질적으로 존재가 입증된 어린 외계 행성은 3건 이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간극 형태나 밝기 간섭 등 간접적인 구조 해석에 의존해 왔다.

원반 내부는 고밀도의 가스와 먼지가 복잡하게 분포해 있어, 직접적인 관측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형성 중인 행성이 시야에서 가려져 탐지 자체가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처럼 장파장을 활용한 원반 구조 분석과 별의 미세한 위치 변화 추적을 병행하면, 기존 방법으로는 파악되지 않았던 행성들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연구 책임자인 알바로 리바스는 “ALMA의 장파장을 통해 기존에 관측되지 않던 내부 구조가 드러났고, 가이아의 위치 데이터와 정확히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ALMA의 관측 능력 향상과 차세대 전파망원경 ngVLA의 활용을 통해, 이 같은 방식의 행성 탐지는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A young gas giant and hidden substructures in a protoplanetary disc, Nature Astronomy (2025). DOI: 10.1038/s41550-025-02576-w

자료: Nature Astronomy / University of Cambri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