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이 다가오면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사람들이 많다. 햇빛이 줄어드는 계절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SAD)’은 이미 널리 알려진 현상이다. 햇살이 충분할 때는 단순히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을 넘어, 자신감이 높아지고 일상에 활력이 더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반대로 흐린 날이 이어지면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자살률은 해가 가장 짧은 겨울이 아니라, 오히려 봄에 높게 나타난다. 햇빛과 정신건강의 관계가 단순히 낮의 길이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복잡한 연결고리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미국 코네티컷대학교 연구진이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에 나섰다.
미국 코네티컷대학교의 신스케 다나카(Shinsuke Tanak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복잡한 상관관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분석했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 본토 전역의 기상 데이터를 이용해 하루에 실제로 지표면에 도달한 햇빛의 양(일사량)과 자살률의 관계를 조사한 것이다. 분석 결과는 명확했다. 햇빛이 풍부할수록 자살률은 낮았다. 연구 결과는 Journal of Health Economics(건강경제학 저널)에 실렸다.

햇빛 줄면 극단적 선택 6.7% 증가
기존 연구는 일출과 일몰 시각의 차이, 즉 ‘일조시간’을 기준으로 햇빛 노출을 추정해왔다. 하지만 다나카 교수는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처럼 실제 햇빛이 약해질 때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NASA 위성의 일사량 데이터를 이용해, 각 지역별로 실제 햇빛이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정밀하게 계산했다.
그 결과, 햇빛 노출이 한 표준편차 감소할 때 자살률이 약 6.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월과 해당 월의 누적 영향을 모두 반영한 결과로, 연구진은 “총기 규제, 자살예방 프로그램, 실업률과 같은 주요 사회 요인과 비슷한 수준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햇빛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우울증(depression)’과 ‘자살(suicide)’이라는 검색어의 구글 검색량이 함께 증가했다. 햇빛 부족이 단순한 기분 저하를 넘어, 실제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지표로 나타난 셈이다.
이번 연구는 햇빛이 비타민 D를 합성하거나 생체리듬을 맞추는 데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핵심 환경 요인임을 보여준다. 다나카 교수는 “사람들이 점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며 “적절한 햇빛 노출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공학(solar geoengineering) 논의에도 새로운 우려를 더한다. 이 기술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대기 중에 미세 입자를 살포해 태양빛 일부를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의 양을 줄인다. 그러나 햇빛이 줄면 단순히 온도만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정서와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나카 교수는 “태양광 감소는 지구 냉각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우울증과 자살 위험을 높이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기후 대응 기술을 논의할 때는 이런 심리적·사회적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Shinsuke Tanaka et al, The light of life: The effects of sunlight on suicide, Journal of Health Economics (2025). DOI: 10.1016/j.jhealeco.2024.102947
자료: Journal of Health Economics / University of Connecti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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