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삭에 세개의 밀알…수확 구조 바꾸는 유전자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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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WUS-D1, 밀의 수확 구조를 다시 쓰다

세계 식량 공급의 35% 이상을 책임지는 밀. 그러나 기후 변화와 토지 한계, 비료 의존도의 급증은 이 곡물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메릴랜드대학교(University of Maryland) 연구팀이 한 송이에서 세 개의 곡식이 자라는 ‘다중 자방(multi-ovary)’ 형질의 비밀을 풀었다. 수확량을 근본적으로 바꿀 유전자의 스위치가 발견된 것이다.

한 소화에서 여러 자방이 형성된 다중 자방(MOV) 돌연변이 밀(왼쪽)과 필드에서 자라는 MOV 품종의 이삭(오른쪽). [사진=메릴랜드대학교 비자이 티와리 연구팀·New Atlas]

연구진은 기존 밀과 MOV(Multi-Ovary, 다중 자방) 돌연변이 밀의 유전체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MOV 밀에서는 ‘WUSCHEL-D1(WUS-D1)’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유전자는 식물의 꽃 기관 발달을 조절하는 마스터 스위치로, 평소엔 잠자고 있다가 특정 신호를 받으면 암술대와 자방의 생성을 촉진한다.

메릴랜드대학교의 비자이 티와리(Vijay Tiwari) 부교수는 이번 연구가 단순한 유전자 변이의 관찰을 넘어, 밀의 생식 구조를 설계 단계에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면 한 이삭에서 생산되는 곡립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량 위기의 돌파구가 될까

세계적으로 농경지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고, 에너지·물·비료 역시 점점 희소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수확량을 늘렸기 때문이 아니라,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농업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MOV 형질은 자연 돌연변이에서 출발했지만, 이번 연구는 그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해석하고 제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선택적 교배에 의존하던 전통 육종에서 정밀한 유전자 설계로 넘어가는 ‘디자인 농업(design agriculture)’의 서막으로 평가된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결과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자방의 수를 늘린다고 해서 모든 곡립이 성숙하는 것은 아니며, 기후와 영양 상태, 개화 시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윤오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조 논문: Vijay Tiwari et al., Nature Communications Biology (2025).

자료: New Atlas (2025.10), University of Maryland Research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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