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자들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인 ‘저질량 WIMP(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 탐색 기술의 민감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극도로 미약한 신호와 잡음을 효율적으로 분리하면서 탐색 가능한 에너지 범위를 기존보다 크게 낮춘 것이 핵심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4일, 지하실험 연구단이 이끄는 코사인(COSINE)-100 국제공동연구진이 머신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도입해 저에너지 영역에서의 암흑물질 탐색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2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RL)’에 게재됐다.
현재 우주를 구성하는 성분은 표준모형 기준 암흑에너지 68.3%, 암흑물질 26.8%, 보통 물질 4.9%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암흑물질은 직접 보이지 않지만 질량을 가져 중력을 통해 은하 회전과 거대구조 형성 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WIMP는 1970년대부터 제안된 암흑물질 주요 후보군으로, 원자핵과 매우 드물게 충돌하며 순간적인 섬광을 남기기 때문에 초정밀 검출기에서 전기 신호로 포착하는 방식으로 탐색이 가능하다.
최근 연구자들은 기존의 ‘무거운 WIMP’뿐 아니라 10GeV 이하 영역의 ‘가벼운 암흑물질’ 탐색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저에너지 신호는 잡음과 구분이 어려워 고도의 분석 기술이 요구된다.
연구팀은 3년간 축적된 코사인-100 검출기 데이터를 머신러닝 방식으로 재분석해 난제를 해결했다.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빛의 파형을 AI가 학습해 신호 특성과 잡음을 정교하게 분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기존 분석으로는 접근이 어려웠던 0.7keV 수준의 초저에너지 영역까지 정확한 판별이 가능해졌다. 연구진은 “암흑물질이 낼 수 있는 가장 희미한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확보된 민감도를 바탕으로 가벼운 WIMP 신호를 재탐색한 결과, 스핀 의존 상호작용 분석에서는 2.5GeV 질량 영역에서 기존 선도 실험과 동등한 수준의 제한값을 확보했다. 또한 암흑물질 충돌 시 전자가 방출되는 ‘미그달 효과’를 새롭게 분석에 포함해 탐색 범위를 1GeV 이하 영역까지 크게 확장했다. 스핀 독립 상호작용 분석에서도 기존 코사인-100 대비 민감도가 약 10배 향상돼, 이탈리아 다마(DAMA) 실험이 제기한 WIMP 후보 영역에 신호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다.
COSINE-100 공동대표인 이현수 IBS 지하실험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머신러닝 도입으로 기존 한계를 뛰어넘어 가벼운 암흑물질 탐색의 새로운 문을 열었다”며 “미그달 효과를 적용해 1GeV 이하 영역까지 확장한 것은 암흑물질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코사인-100 실험은 강원도 양양 지하실험실(Y2L)에서 2023년까지 운영됐으며, 이후 성능을 개선한 코사인-100U 검출기가 강원도 정선 예미랩(Yemilab)으로 옮겨져 2025년 9월부터 본격 가동 중이다. 연구단은 민감도를 더욱 높여 향후 20MeV 수준의 극저질량 암흑물질 영역까지 탐색을 넓힐 계획이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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