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학회 “태백 지하연구시설, 법·기술 기준 미달… 재선정 필요”

Photo of author

By 사이언스웨이브

정부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 개발을 위한 지하연구시설(URL) 부지로 강원도 태백시를 선정한 가운데, 한국원자력연구원 특별위원회가 이번 선정 결정에 대해 법적·절차적·기술적 측면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문주현(단국대), 박홍준(동국대), 윤종일(KAIST), 조동건(KAERI) 등이 참여한 특별위원회는 2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태백 URL 부지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요구하는 지질환경의 유사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별법 제2조 제8호는 연구용 URL을 “처분시설의 지질환경과 유사한 조건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연구하는 시설”로 정의하고 있다. 위원회는 태백 부지가 이암, 사암, 석회암이 혼재된 퇴적암층으로 구성돼 있어, 화강암 기반 처분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해 온 국내 처분 개념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백시청. [사진=태백시]

위원회는 또한 부지 평가 과정에서도 절차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024년 6월 공모에서 ‘단일 결정질암 분포’를 핵심 요건으로 명시했음에도, 실제 평가 항목에서 암반의 균질성과 연속성 항목의 비중은 전체의 14%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실제 실험이 예정된 150m 및 300m 심도에 대한 평가가 누락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위원회는 이로 인해 태백 부지에서 확보된 실험 데이터가 향후 영구처분장 인허가에 활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제11차 원자력진흥위원회(2024.2.27.)에서 URL을 인허가용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 명시했으나, 위원회는 “지질환경이 다른 곳에서 얻은 데이터는 1만 년 이상의 장기 안전성을 요구하는 인허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위원회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도 유효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으며, 결국 처분장과 유사한 지질환경을 가진 제2의 URL을 별도로 건설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과학적 원칙과 특별법 취지에 따른 URL 부지 선정의 원점 재검토 ▲선정 관련 자료와 회의록의 투명한 공개 ▲공정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 체계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가 백년대계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첫 단계인 연구시설 부지 선정이 과학적·제도적으로 정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