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돌연변이-미세먼지 연관 뚜렷···한국 등 동아시아 특히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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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여성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비흡연자 폐암의 발생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흡연력도, 가족력도 없는 이들의 폐암 증가는 대기오염이 폐암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UC 샌디에이고와 국립암연구소(NCI) 공동 연구팀은 그 해답을 ‘공기’에서 찾았다. 연구진은 전 세계 28개 지역에 거주하는 비흡연자 폐암 환자 871명의 폐종양을 수집해 유전체를 분석하고, 이들의 거주 지역 미세먼지(PM2.5) 농도와 비교했다. 그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수록 폐종양 내 유전자 돌연변이 수가 증가했으며, 특히 암 유발에 직접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집중적으로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베이징, 고농도 미세먼지 도시 위험

서울과 베이징은 대표적인 고농도 미세먼지 지역이다. 서울은 2024년 기준 연평균 PM2.5 수치가 17.6µg/m³, 베이징은 2022년 기준 약 30µg/m³에 달한다. 모두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5µg/m³)을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연구에 따르면 이들 도시의 비흡연자 폐종양에서는 흡연자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돌연변이 서명(SBS4)이 약 3.9배, 노화 관련 돌연변이 서명(SBS5)은 76% 더 자주 나타났다. 이는 미세먼지가 흡연과 유사한 방식으로 DNA를 손상시키며 폐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12월부터 3월 사이 겨울~초봄에 가장 심해진다.
2024년 기준 서울의 연평균 PM2.5는 17.6µg/m³로, WHO 권고 기준의 약 3.5배 수준이다.
[출처=서울시, IQAir, AccuWeather]

특히 TP53과 같은 주요 암 억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집중됐고, 일부 샘플에서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돌연변이 서명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간접흡연보다 미세먼지가 유전자 손상 효과가 더 강하다고 분석했으며, 대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약재 성분과 관련된 독립적 돌연변이 흔적도 확인됐다.

러닝 열풍, 미세먼지 많은 날은 독

도시 러닝은 일상화된 건강 습관이자 문화가 됐다. 서울처럼 도심 녹지와 강변을 따라 달리는 러너들이 늘고 있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야외에서 운동을 하는 것은 폐 건강에 분명한 해를 끼친다.

유산소 운동 중에는 호흡량이 크게 늘어나고, 입을 통한 호흡이 많아지며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가 여과 없이 폐 깊숙이 침투한다. PM2.5는 크기가 작아 기관지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도달해 체세포 유전자를 손상시킬 수 있으며, 반복 노출 시 폐암 관련 돌연변이가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연구는 미세먼지가 실제로 흡연자와 유사한 폐암 유전체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건강을 위해 운동하더라도, 오염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운동의 효과를 안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대기질 예보를 확인하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실내 운동으로 대체하거나 외부 활동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필수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자료: Nature, Díaz-Gay, M and Zhang T et al., ‘The mutagenic forces shaping the genomic landscape of lung cancer in never smokers’, https://doi.org/10.1038/s41586-025-09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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