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커뮤니케이션 및 행동 전문가 정수연 교수(퍼듀 대학교)는 인간에게 최대한 친근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로봇 개발을 연구 중이다.
컴퓨터과학 조교수인 정 교수는 인간의 행동과 인공지능의 교차 지점을 연구하는 연구실 팀을 이끌고 있다. 그녀의 목표는 인간을 위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로봇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동안 암 환자, 실어증 환자, 입원한 어린이 및 노인들에게 도움을 제공한 그녀의 연구는 이제 학습 파트너로서의 로봇 개발과 인간과 로봇 간의 소통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교수 연구의 목적은 소프트웨어 개발이지만, 그녀의 실험은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를 통해 실행된다. 작고 통통한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얼굴이 투사된 휴머노이드 머리 로봇, 룸바처럼 생명체 같지 않은 로봇, 또는 물리적 몸체 없이 컴퓨터 내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소프트웨어 형태의 AI 에이전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 교수는 인간과 사회적·정서적으로 자연스럽게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로봇과 AI를 설계하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제가 만든 것들이 사람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부 효율을 높이는 이상적인 ‘학습 파트너’
정 교수가 인간을 돕기 위해 개발한 로봇 소프트웨어 중 하나는 학생들의 학습을 돕거나 업무 수행을 지원하는 것이다. 스터디 그룹에서 동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유대감과 책임감 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물리적 제약이나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변수가 있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하거나 공부할 때 옆에서 업무적으로 지원해 주는 생산적 역할과 함께 동료들이 해 주는 것처럼 동기부여와 격려까지 해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게 가능할지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 교수와 연구팀은 여러 버전의 로봇을 테스트했다.
- 첫 번째 버전: 학생이 공부하거나 숙제를 하는 동안 단순히 자리만 지키면서 자신만의 작업을 하는 척했다.
- 두 번째 버전: 주기적으로 “기억하세요! 오후 2시까지 시험 공부 가이드를 완성하겠다고 하셨잖아요” 등의 멘트를 통해 학생이 미리 설정한 목표를 상기시켰다.
- 세 번째 버전: 마치 헬스 트레이너처럼 옆에서 “정말 잘하고 있어요! 우리 함께 해낼 수 있어요!” 같은 말로 정서적 동기부여를 풍부하게 제공했다.
연구진은 학생 개인의 성격 뿐만 아니라 그날의 기분, 심지어 공부하는 과목과 달성하려는 목표에 따라 성공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생들은 로봇이 좀 더 엄격해야 하며, 집중력을 잃었을 때는 적당히 꾸짖어야 한다는 피드백을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단발성 실험이라는 연구적 한계도 있다. 만일 로봇과 지속적으로 수업을 반복했다면 그들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로봇이 학생의 미세한 몸짓과 언어를 읽어내고 각 상황에 맞는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로봇과 마음을 터 놓고 대화할 수 있을까?
로봇 기술 개발에서 가장 큰 장벽은 로봇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이 피곤했던 일과를 토스터기에 털어놓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반려 동물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항 속 물고기에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로봇은 토스터기보다는 반려 동물 같은, 더 나아가서는 사람 친구와 유사한 로봇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람의 말을 듣기만 해서는 안 되며, ‘능동적 경청’을 실행해야 한다. 화자의 행동과 어조를 분석하고, 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응답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또한 시중에 나와 있는 시리나 알렉사, 구글과 같은 로봇 프로그램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아직까진 단절적이라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질문을 하면 답을 주는 식이죠. 하지만 인간 간의 상호작용은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라고 반응하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백채널(backchannel)입니다. 이는 인간이 대화를 지속하고 상대방이 진정으로 경청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방식의 일부죠. 우리는 로봇이 대화에서 사용할 적절한 백채널을 생성하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정 교수와 연구팀은 대규모 언어 모델과 인간 목소리 및 대화 녹음 자료를 활용해 대화 속 리듬, 음조, 어휘 변화 패턴을 식별함으로써 컴퓨터에 공감적 경청 행동을 가르치고 있다. 연구진은 공감 능력이 동반된 경청을 더 많이 구현할수록 의료 또는 교육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로봇과 AI 장치의 사회적·정서적 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말했다. “로봇이 일상생활에서 점점 더 보편화됨에 따라, 우리는 그들이 장기적으로 실질적 도움을 주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성치훈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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