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플라스틱 화학물질 주의보’…미국서 먼저 터졌다, 한국도 예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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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언스웨이브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면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주요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인기 메뉴에서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문제는 이 현상이 미국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식품이 만들어지고 포장돼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구조 자체가 비슷한 만큼, 국내 소비 환경에서도 같은 위험 경로가 존재한다.

미국 소비자 주도 연구 프로젝트 플라스틱리스트는 타코벨,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쉐이크쉑 등 주요 체인점의 패스트푸드 제품을 분석해 플라스틱 화학물질 데이터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에는 햄버거, 부리또, 너겟, 셰이크 등 대중적인 메뉴가 포함됐다. 분석 결과, 여러 제품에서 프탈레이트와 대체 가소제 같은 물질이 두드러지게 검출됐다. 이 물질들은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하거나 형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첨가제로, 열과 기름, 장시간 접촉 조건에서 음식으로 옮겨가기 쉽다.

배달용기 플라스틱에서 용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교란하고, 만성 염증 반응과 면역 기능 이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미국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띈 사례는 타코벨의 칸티나 치킨 부리또였다. 1인분에서 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약 1만4000나노그램 검출돼, 다른 패스트푸드 제품의 대부분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맥도날드 쿼터파운드 치즈버거에서는 디이소부틸프탈레이트(DIBP)와 비스에틸헥실테레프탈레이트(DEHT)가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버거킹과 웬디스의 일부 메뉴에서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화학물질이 평균 이상 검출됐고, 쉐이크쉑 치즈버거는 DEHP 수치가 데이터베이스 상위권에 포함됐다.

미국 조사에서 발표한 브랜드 별 검출 물질

브랜드조사 대상 메뉴주요 검출 물질특징
타코벨칸티나 치킨 부리또DEHP, DMPDEHP 약 1만4000ng, 조사 대상 중 매우 높은 수준
맥도날드쿼터파운드 치즈버거DIBP, DEHT두 물질 모두 평균 대비 크게 높음
버거킹치킨 너겟, 치즈 와퍼프탈레이트류여러 종류가 전반적으로 높게 검출
웬디스버거류DEHT, DEHA평균 이상 수준
쉐이크쉑치즈버거, 바닐라 셰이크DEHP, DEHA치즈버거 DEHP가 상위권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두고 용기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패스트푸드는 조리 단계부터 플라스틱 장갑, 도마, 집게, 컨베이어 설비와 접촉하고, 이후 포장지, 용기, 뚜껑, 배달 포장재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뜨겁고 기름진 음식이 플라스틱과 반복적으로 닿으면서 화학물질이 음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 즉, 포장재뿐 아니라 조리와 취급 전 과정이 주요 유입 경로다.

미국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 모습.

그렇다면 국내는 안전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심하기는 어렵다. 국내는 포장재와 식품안전 기준이 미국과 다르지만, 패스트푸드와 배달 음식이 만들어지는 구조는 유사하다. 뜨거운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배달하고, 일회용 컵과 뚜껑을 사용하는 환경 역시 일상화돼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미국처럼 브랜드별·메뉴별 플라스틱 화학물질을 체계적으로 비교한 공개 데이터가 부족해 정확한 수치를 단정하기 어렵다.

건강 측면에서 중요한 점은 공포가 아니라 반복 노출 관리다. 프탈레이트류는 체내에 영구적으로 축적되는 물질은 아니지만, 자주 노출될수록 내분비계와 생식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다. 한 끼 패스트푸드로 바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지만, 생활 전반에서 노출 빈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배달용기 플라스틱은 음식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프탈레이트 등 플라스틱 첨가제가 소량 음식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반복 섭취 시 내분비계 교란과 대사·생식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소비자를 위한 현실적인 주의 포인트

생활 장면주의 이유
뜨거운 배달 음식고온 상태에서 플라스틱 접촉 시 용출 가능성 증가
기름진 패스트푸드지방에 화학물질이 더 잘 녹아듦
플라스틱 용기 전자레인지 가열열로 인해 첨가제 이동 위험
일회용 컵·뚜껑 음료접촉 면적과 시간이 길어짐
포장 상태 장시간 보관접촉 시간 증가로 미량 이동 가능성

패스트푸드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배달 음식을 받으면 뜨거울 때 바로 접시에 옮기고, 전자레인지는 유리나 도자기 용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노출을 줄일 수 있다. 집에서는 플라스틱 도마와 조리도구를 스테인리스나 유리로 바꾸는 습관이 필요하다.

김지윤 기자/ hello@science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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