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대신 적외선으로 포착 시도
- 행성 9의 유력 후보 2개 발견
태양계 바깥, 해왕성을 넘어서는 먼 거리에는 소행성보다 큰 천체들이 희한한 방식으로 몰려 있다. 이른바 카이퍼벨트 천체들이다. 이들이 일정한 궤도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다는 점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졌고, 천문학자들은 그 배후에 중력을 끌어당기는 거대한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학계에서는 이를 ‘행성 9(Planet Nine)’이라 부른다.
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태양계 외곽 어딘가에 ‘아홉 번째 행성’이 숨어 있다는 가설을 붙잡고 있었다. 보이지 않지만 강한 중력 영향으로 실존을 의심받아온 이 행성을 찾기 위한 탐색이, 최근 전환점을 맞이했다. 대만 칭화대학교 천문학자들이 빛 대신 ‘열’을 탐지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이론상 존재할 위치에 적합한 후보 두 개를 포착한 것이다. 수많은 헛된 시도 끝에 처음으로 실제 가능성을 지닌 관측 결과가 나온 셈이다.
카이퍼 벨트의 단서, 행성 9 가설의 출발점
행성 9 가설은 단순한 추정이 아니라, 관측된 이상 현상에서 시작됐다. 과학자들은 해왕성 너머 카이퍼 벨트에 존재하는 소형 천체들이 우연치고는 지나치게 비슷한 궤도를 가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래 이 지역의 천체들은 다양한 방향으로 흩어져 있어야 정상인데, 일부 천체들은 궤도 경사와 근일점이 정렬된 채 몰려 있었다. 이런 배열은 중력이 강한 거대 질량체가 외곽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이를 설명할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이 바로 ‘행성 9’이다. 이 가상의 행성은 지구의 약 510배 질량이며, 태양에서 약 400~800AU(1AU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 떨어진 먼 궤도를 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정도 거리에서는 태양광이 거의 닿지 않아, 광학 망원경으로는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사진=Nagual Design]
반사광 대신 열 신호 추적, 접근법의 전환
전통적인 행성 탐사는 대부분 태양빛을 반사한 밝기를 감지하는 방식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거리의 제곱이 아닌 4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행성 9처럼 매우 멀리 있는 대상은 이론적으로도 극도로 희미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거리 2배면 반사광은 16배 약해진다.
이에 따라 대만 칭화대의 아모스 첸 박사 연구팀은 완전히 다른 접근을 시도했다. 바로 천체가 스스로 내는 열, 즉 적외선 복사에 주목한 것이다. 모든 물체는 절대온도에 따라 미세한 열을 방출하며, 적외선 방출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 경우 거리 2배면 신호는 4배 약해질 뿐이어서, 먼 거리에 있는 천체도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관측할 수 있다.
적외선 우주망원경 ‘AKARI’로 유력 후보 포착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본이 발사한 우주 적외선망원경 **아카리(AKARI)**의 데이터를 활용했다. 아카리는 지구 대기의 간섭을 받지 않고 우주 전체를 민감하게 탐사한 관측 자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먼지나 가시광으로 가려진 냉천체의 적외선 발광을 감지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팀은 먼저 카이퍼 벨트 천체의 궤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기반으로, 행성 9이 있을 법한 하늘 영역을 좁혔다. 이후 아카리의 다중 시점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단기적으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수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위치가 변하는 천체를 추려냈다. 이는 행성 9이 태양 주위를 느리게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특성이기도 하다.
그 결과, 예측된 위치와 밝기를 만족하는 두 개의 적외선 천체가 발견됐다. 두 후보는 배경 은하나 별이 아닌 고립된 천체로 추정되며, 관측된 열 방출량 역시 행성 9 이론과 부합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6월, 호주천문학회지(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에 공식 발표됐다.
이 발견이 곧 행성 9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두 후보 모두 장기적 위치 변화, 궤도 곡률, 반사율 등 후속 분석이 필요하다. 특히 배경 은하나 적색 왜성, 혹은 가까운 갈색왜성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적외선 망원경이나 천체 스펙트럼 분석 장비의 관측이 필수다.
하지만 이번 관측은 그동안 수많은 가설과 시뮬레이션만 존재했던 행성 9 논의에, 실제 데이터 기반의 실마리를 처음으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처럼 ‘빛’ 대신 ‘열’을 좇는 방식은 향후 외계 행성 탐사에서도 중요한 방법론으로 확장될 수 있다. 결국 가장 어두운 곳에 숨은 비밀도, 온기로는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참고 논문: Amos Y.A. Chen et al, A far-infrared search for planet nine using AKARI all-sky survey, Publications of the Astronomical Society of Australia (2025). DOI: 10.1017/pasa.2025.10037
자료: Universe Today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