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지하연구시설(URL) 부지로 강원도 태백이 선정된 가운데, 원자력·지질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해명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위원회는 2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공단이 낸 반박자료는 처분장 안전성의 핵심 쟁점을 회피하고 있으며, 일부 내용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태백 부지가 지하 500m 이하의 화강암 기반암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처분장 부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질 유사성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특별법에 따라 연구용 URL 외에도, 향후 처분장 내부에 별도 URL이 설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러한 설명에 대해 “처분장 안전성의 핵심은 하부 암반이 아니라, 지표면과 그 사이에 위치한 상부 지층의 특성에 달려 있다”고 반박했다. 방사성물질이 누출됐을 때 지표면까지의 이동 경로와 그 영향 범위를 평가하는 것이 처분장 안전성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특히 태백 부지의 150m와 300m 지점은 화강암이 아닌 복합 퇴적암층으로 이뤄져 있어, 이 지층에서 얻은 데이터가 화강암 기반 처분장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공단 해명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회는 “30년 동안 화강암 처분장을 전제로 국가 R&D 전략을 추진해온 상황에서, 지금 와서 ‘시기상조’라며 논의를 미루는 것은 그 전략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처분 부지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URL 입지와의 연계성을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1조 원 규모의 독립형 연구시설을 짓겠다는 논리를 자인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공단이 특별법을 근거로 제시한 법적 타당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위원회는 “특별법상 처분장 내 URL은 처분장의 일부로 설치되는 것이며, 연구용 URL에서 도출한 지질 특성을 현장에서 검증하는 용도”라며 “태백 URL이 인허가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처분장과의 연계성을 갖지 못한 채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위원회는 태백 부지에 대한 ‘만장일치 적합’ 결정의 투명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공단이 단독 응모였기 때문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주장에 대해 “연구시설로 부적합하다면 재공모했어야 한다”며, 부지선정평가위원회의 위원 명단, 전문 분야, 평가표 등 전 과정의 공개를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연구시설 입지를 넘어,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의 안전성과 정책적 연계성을 둘러싼 본질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손동민 기자/ hello@sciencewave.kr
Science Wave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